한국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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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꺼지자 한 조합원이 작은 촛불이 켜진 케이크를 들고 무대 앞으로 나왔다. 쉰여섯 번째 생일을 하루 앞둔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을 위해 조합원들이 생일파티를 준비했다. 현장순회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150여명의 조합원들은 한목소리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엄숙함과 웃음·환호 교차

김주영 위원장의 여섯 번째 현장순회 토크콘서트가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본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노조 간담회나 임원 현장순회가 대개 무겁고 딱딱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것과 달리 이날 현장순회는 말 그대로 토크콘서트였다. 민중가수 윤미진씨가 질문하고 김 위원장이 답했다. 무대 아래로 내려간 마이크는 곧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사회적 대화나 최저임금·근로시간단축 같은 각종 노동현안에 대한 질의와 답변이 이어질 땐 엄숙하다가도 청와대 간담회 에피소드나 김 위원장의 노래하는 모습이 영상으로 나올 땐 웃음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날 김 위원장은 조합원들의 요구에 애창곡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를 조합원들과 함께 불렀다.

김 위원장은 지난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노동계 간담회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작은 선물을 준비해 예쁘게 포장해서 갔다”며 “선물은 (올해 5월 초) 문재인 대통령과 맺은 ‘대선승리와 노동존중 가치실현을 위한 정책연대협약’ 체결 사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협약에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근로시간단축 같은 무거운 과제 24개와 정책협약 이행을 위한 협의체 구성이 담겼다”며 “아직은 협약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은 “협약이라는 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휴지 조각이 된다”며 “직접적으로 정책협약을 이행하라고 말하는 것보다 사진으로 이행을 촉구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아 준비했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의 노사정 8자 회의 제안과 청와대 간담회 이후 일각에서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김 위원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새로운 사회적 대화를 위한 우선적인 대화는 노사정대표자회의가 될 수도, 8자 회의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내 식구의 과로사’ ‘뭉쳐야 뜬다’는 등의 키워드를 가지고 장시간 노동 근절과 조직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여야는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26개에서 10개로 줄이는 데 합의했지만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고 있다”며 “노동시간 특례제도인 근로기준법 59조가 폐기되지 않는 이상 장시간 노동은 근절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직화 통한 젊은 한국노총 될까

마이크를 잡은 조합원들은 △최저임금의 제대로 된 현장 적용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 3권 보장을 위한 사회적 논의 △노조 전임자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확대 △투쟁사업장 연대 요청 등의 질의와 요구를 쏟아 냈다. 김 위원장은 한국노총 현실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한편 방안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의료산업노련의 한 조합원은 “타임오프에 발이 묶여 일부 단위노조에서는 제대로 된 활동조차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타임오프 확대를 위한 한국노총의 복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김 위원장은 “올 하반기 타임오프 확대를 위해 대정부 교섭을 요구하려 했지만 고용노동부 장관 임명이 늦어진 데다 각종 노동 현안이 쏟아지고 있어 하지 못했다”며 “올해 타임오프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모색해 내년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이 미조직·비정규직 조직화를 강조하자 한 조합원은 “젊은 한국노총”을 주문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연임저지 투쟁을 하고 있는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한 조합원은 “제가 서른다섯 살인데 여기서 막내”라며 “한국노총도 젊게 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내부가 단단해야 조직이 건강하게 굴러갈 수 있다”며 “청년 조직화 문제는 고민거리 중 하나”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는 “청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개별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한국노총을 보다 쉽게 접근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9일부터 전국 17개 시·도 지역본부를 순회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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