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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트라우마 관리프로그램 첫발, 갈 길은 멀다

기사승인 2017.11.01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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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자건강센터 전문상담인력 달랑 1명 … 실효성 있으려면 예산·인력 확보 급선무

송전탑 위에서 전선을 연결하거나 교체하는 일을 하는 이충구씨. 그는 15년 전 30미터 송전탑 위에서 함께 작업하던 동료가 추락하는 사고를 직접 목격했다. 눈 앞에서 사람이 쑥 내려가는 느낌에 아래를 보니 동료가 철탑 앵글에 이리저리 부딪치면서 떨어지고 있었다. 다행히 동료는 목숨을 건졌지만 그 사고 이후 이씨는 한 달을 쉬었다. 머릿속에서 추락장면이 영화처럼 반복재생됐다. 자신도 떨어질 것만 같은 생각에 사로잡혀 한동안 송전탑에 오를 수 없었다. 그는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시 일을 시작했지만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산재 트라우마 관리프로그램 전국 시행=앞으로 이씨처럼 산업재해를 경험하거나 목격한 노동자들은 전국 21개 근로자건강센터에서 트라우마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붕괴·협착·절단 등 충격적인 재해를 경험 또는 목격한 노동자를 대상으로 대구·경북·부산·경기(의정부) 지역에서 9~10월 시범운영하던 트라우마 관리프로그램을 11월부터 전국으로 확대시행한다고 31일 밝혔다.

지방노동청과 안전보건공단이 재해 원인 조사 과정에서 트라우마 관리 필요성을 확인하면 해당 사업장에 트라우마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권고·지도한다. 50인 미만 중소사업장은 근로자건강센터에서 사건충격척도(IES-R) 검사와 심리상담 서비스 같은 트라우마 관리프로그램을 직접 제공한다. 50인 이상 사업장은 외부 전문가나 보건소 등 지역의료기관과 협력해 자체적으로 트라우마를 관리하도록 지도한다. 근로자건강센터를 직접 방문하는 노동자들은 언제든 상담받을 수 있다.

그동안 중대재해를 직접 겪거나 목격한 노동자들이 겪는 트라우마는 오롯이 개인이 극복해야 할 몫이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화학단지에서 사고가 일어나면 노동자들이 동료들의 시신을 수거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런 일을 겪은 노동자들은 상담을 받거나 쉬어야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공사기간에 쫓기거나 생계 때문에 별다른 후속조치 없이 일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타워크레인 사고(사망 6명·부상 25명)와 8월 STX 조선해양 폭발사고(사망 4명), 10월 의정부 공사현장 타워크레인 붕괴사고(사망 3명·부상 2명), 용인 공사현장 옹벽 붕괴사고(사망 1명·부상 9명) 등 산재가 이어지면서 정부가 직접 노동자들의 트라우마를 관리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노동부는 지난 두 달 동안 삼성중공업 타워크레인 사고 현장에 있었던 노동자 600여명을 포함해 9개 사업장 800여명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관리프로그램을 시범실시했다.

◇전문상담인력 부족 … "상담받는 노동자 불이익 없어야"=첫 삽은 떴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가장 중요한 상담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전국 21개 근로자건강센터마다 전문 심리상담사는 1명씩밖에 없다. 각 센터마다 심리상담사 1명과 전문의 1명이 트라우마 관리프로그램을 운용하는 인력의 전부다. 소규모 사업장 산재나 심리상담 대상자가 적으면 이 인원으로 대처할 수 있지만, 사고 규모가 커 심리상담 대상자가 많을 경우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어려울 게 뻔하다.

A지역 근로자건강센터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서 노동자들의 산재 트라우마를 관리하기로 한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상담을 잘 할 수 있는 제반환경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프로그램이 실효성 있게 운영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귀띔했다.

류현철 경남근로자건강센터 부센터장은 "삼성중공업처럼 사고 당일 작업 인원이 1천600명이 넘는 사업장의 경우 근로자건강센터가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며 "보건소나 정신건강복지센터 같은 지역연계기관과 공동대응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공적자원으로도 부족한 경우에는 세월호 참사나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민간자원(민간심리상담센터 같은)들도 동원돼야 한다"며 "이에 대한 재정지원 방안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동부도 이런 문제를 인정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센터에 전문 심리상담사가 적고 산재 트라우마 상담 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대개 사업주들이 이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별로 없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해 주길 원하는데 제한된 예산과 인력 때문에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노동계는 노동자들이 마음 편하게 상담을 받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승현 건설노조 노동안전국장은 "건설현장은 대부분 일용직이다 보니 트라우마보다 일을 못하는 압박을 더 받는 경우가 많다"며 "상담받는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준다든지, 고용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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