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렬 직업환경의학전문의

택시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택시회사에서 근무하는 택시운전 노동자들은 일반적으로 하루 12시간씩 근무하고, 일주일에 6일 근무한다. 매주 주간근무와 야간근무를 번갈아 한다. 일주일 평균 72시간의 노동을 한다. 한 달 평균 26일 일한다고 하니, 한 달 근무시간이 312시간으로 초장시간 노동이다.

현재 고용노동부 고시에 의해 심장질환·뇌혈관질환이 발생하면 직업병으로 인정받는 과로 기준인 주당 60시간 이상 노동시간을 훨씬 초과한다. 더군다나 한 달의 반은 야간노동을 해야 한다.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대표적인 직군이고, 승객으로부터 폭력 경험이 매우 흔하게 발생하는 직군이다.

사고 위험은 상시적으로 택시운전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이렇게 장시간 노동을 하고 직무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택시운전 노동자들이 공식적으로 일한 시간은 회사마다 일부 차이는 있지만 하루 평균 5시간씩으로 간주된다. 왜 12시간 일하는 노동자에게 12시간 노동을 인정하지 않는 걸까. '간주노동'이라는 근로기준법 규정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58조에 의하면 출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일정한 시간을 정해 근로시간으로 간주하는데, 근로자대표와 합의한 경우 그 정한 시간을 업무를 수행한 근로시간으로 간주한다. 최저임금법을 피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규정을 편법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12시간을 근무하는 택시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5시간으로 합의해 반으로 줄어든 노동시간을 정하고 이에 대한 임금(최저임금 수준)만을 지급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58조(근로시간 계산의 특례)

① 근로자가 출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 다만, 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통상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그 업무의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

② 제1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그 업무에 관하여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한 경우에는 그 합의에서 정하는 시간을 그 업무의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으로 본다.



근로기준법 58조1항 규정만 적용한다면 택시운전은 실제 노동시간을 계산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태코미터라는 기계가 있어 실제 운행시간과 운행을 위한 대기시간 등이 다 파악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58조2항 규정이 남아 있어 노사합의에 의해 택시운전 노동에 터무니없이 할인된 노동시간 규정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임금도 문제다. 올해 최저임금이 6천470원이니까 단순히 계산해 봐도 월 312시간에 해당하는 201만8천640원의 월급을 받아야 한다. 여기에 야간근무·연장근무에 따른 수당을 더하면 임금은 최소 250만원이 된다. 그러나 실제 임금은 여기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사납금을 내고 남는 돈으로 월급을 보충하지만, 이를 포함하더라도 한 달 월급 수준이 여기에 미치지 못하는 분들이 대다수다.

택시운전 노동자들은 실제 노동시간을 인정받지 못하고, 비공식적인 극도의 장시간 노동을 통해 생활임금을 유지하기 위해 과로를 하고 있다. 이러한 왜곡이 있는 한 택시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주 40시간 노동을 하고 생활임금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노동시간에 대한 왜곡은 대안을 만드는 것을 방해하고 계속되는 왜곡을 낳는다. 근기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간주노동은 노동시간 연장을 무한정 허용하는 특례기준(59조) 못지않게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고, 적정노동시간과 생활임금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을 만들기 어렵게 하는 독소조항이다. 택시 노동의 문제가 대중교통 쟁점, 사납금 문제, 요금 문제, 택시 과다공급 등 다양한 지점을 검토해야 할 주제인 것은 맞지만 그 대안을 만드는 핵심은 적정노동시간을 통해 택시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확보하고, 적정노동을 통해서도 생활이 가능한 임금을 받아야 하고, 이러한 안전한 노동을 통해 택시를 이용하는 시민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대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도 노동시간을 도둑질하는 간주노동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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