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 A씨가 소속된 서울지역 S생명보험사 영업소로 올해 8월 초 본사 직원이 방문했다. 보험설계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본사 직원은 특수고용직의 4대 보험 가입에 관해 설명하고 곧 전화가 갈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본사 직원이) 특정한 답변을 하라고 강요하진 않았다”면서도 “4대 보험을 적용하면 세율이 현재 5% 미만에서 20~30%까지 오르고 고용보험을 들어도 실제 혜택을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본사 직원이 다녀가고 일주일 뒤 해당 영업소 설계사들에게 설문전화가 걸려왔다.

5일 전국보험설계사노조(위원장 오세중)가 보험연구원의 보험설계사 인식조사 전화설문 직전에 사전교육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는 “보험사들이 연구소로 명단을 넘길 영업점을 사전에 정해 놓고 교육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보험사에서 이런 방식으로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원은 지난달 31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험입법에 대한 보험설계사 인식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산재 및 고용보험 적용 추진에 대해 보험설계사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며 “종사자 보호와 편익증진을 위해 사회보험 제공을 추진하는 것인 만큼 정책도입 과정에서 당사자 의견을 폭넓게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올해 8월16~18일 교보·미래·삼성·신한·AIA 등 8개 생명보험회사 소속 설계사 2천560명을 대상으로 전화설문을 했다. 전화설문에는 800명이 응했다. 조사 결과 보험설계사들은 78.4%가 근로자보다는 개인사업자로 남기를 바랐다. 고용·산재보험 가입 의무화에 찬성하는 비율보다 반대하는 비율이 두 배 이상 높았다.

정원석 연구위원은 “보험설계사 연락처는 보험회사에 요청해 지역별 분포비율에 따라 받았다”며 “(받은 명단에) 지역만 표기돼 있어 특정 영업소에 편중돼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S생명보험사 본사 관계자는 “명단은 무작위로 추첨해 보냈다”며 “지점이 전국에 흩어져 있고 수천 명 중 일부만 설문을 하기 때문에 (사전교육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보험설계사 당사자들의 의견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는 과거에도 있었다. 2014년 특수고용노동자 산재보험 확대 적용 여부가 국회에서 논의되자 대형 보험사에서 각 지점에 공문을 보내 “산재보험 의무가입에 반대한다”는 서명을 보험설계사들에게 받도록 한 내용이 보도돼 논란이 일었다.

오세중 위원장은 “보험사측에서는 이런저런 논리를 붙여 보험설계사들의 노동자성을 어떻게든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며 “왜곡된 설문조사 결과를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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