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붉은 것은 단풍이고, 노란 것은 은행이라 풍경은 누구나의 시선을 붙들어 위안을 건넨다. 잿빛 도심을 알록달록 물들인다. 스마트폰 사진첩에 빼곡 담긴다. 이 계절, 길 따라 붉고 또 노란 것이 노조 깃발이다. 선전 팻말이고, 이마 위 머리띠다. 비닐 집 낮은 문을 꾸부정 나선 사람들이 오늘의 행진을 준비한다. "300점 도로 진입"을 알리는 경찰 무전이 오간다. 세종대로, 효자로 따라 청와대를 향한다. 어제의 행진과는 달랐다.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라, 성실교섭 하라는 구호가 어제와 다름없었다. 새문안로 빌딩 숲 틈 다세대 비닐 집이 거기 오래 머물러 익숙한 풍경에 속했다. 그 일대 여느 천막처럼 어느새 낡아 청테이프 여기저기 나붙었다. 종종 된바람에 나풀거렸다. 해거름 녘 돌아온 사람들이 꾸부정 거기 들어 내일을 준비했다. 그새 잎 다 떨군 은행나무 몇그루가 겨울나기 준비를 일찌감치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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