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2017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 전야제를 개최했다. <제정남 기자>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본대회를 앞둔 노동자들의 표정은 가지각색이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을 향해 아쉬움과 실망감을 드러내거나, 혹은 기대의 끈을 놓지 않는 표정이 교차했다.

민주노총은 전태일 열사가 산화한 11월13일을 전후해 매년 전태일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한다. 하지만 2015년에는 박근혜 정권 몰락에 불을 댕긴 민중총궐기로, 지난해에는 박근혜 탄핵 집회에 집중하면서 자체 행사를 최소화했다. 대회 전날 연례행사였던 전야제도 열지 않았다.

노동부 '적폐청산 속도조절'에 민주노총 실망감 표출

지난 11일 오후 민주노총 주최로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2017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 전야제'는 3년 만에 열린 노동자들의 축제였다. 그런데 1부 투쟁사업장 결의대회와 2부 문화한마당 형식으로 진행된 전야제 분위기는 밝지 않았다. 출범 6개월을 맞은 문재인 정부 고용노동부가 노동계가 노동적폐 청산 요구 목소리를 높이자 속도조절을 언급한 것이 영향을 미친 듯했다.

전야제 참가 노동자들이 생각은 어땠을까. 정혜경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촛불항쟁 이후 역사적 유물로 전락해야 마땅할 자본권력이 새 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나면서 그 철옹성을 다시 과시하고 있다"며 "경찰 차벽이 다시 등장하고, 사드가 배치되고,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은 여전히 길거리에서 일터로 돌아가기 위해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노동기본권 확대를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 요구를 더 이상 묵살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박구용 대리운전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노동자들은 박근혜 퇴진에 앞장섰고, 문재인 대통령이 특수고용직 노동기본권 보장 공약을 냈을 때 기대도 컸다"면서도 "지금은 노조설립을 막고 있는 노동부에 적폐세력 아니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소리 높였다.

전야제 주인공들은 장기투쟁 사업장과 정리해고 사업장, 손해배상·가압류 사업장 노동자들이었다. 풍산마이크로텍·시그마네트워크·쌍용자동차 등 정리해고와 손배가압류에 맞서 싸우는 이들, 노조 설립신고증을 교부하라며 농성 중인 대리운전기사들, 노조파괴에 저항하고 있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행사장 주위에 자리를 잡았다. 이들이 차린 후원매장에 노동자들의 발길이 분주했다. 단골손님은 옆에 있는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었다. 민주노총 조합원 4천여명이 이날 자정이 되도록 전야제 현장에 머물렀다.

"공무원·교사 노조설립 없이 민주정부라 부를 수 없어"

같은날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공무원노조(위원장 김주업)가 개최한 '문재인 정부 약속이행 촉구 공무원노동자 총궐기'에는 정부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이 표출됐다. 김주업 위원장은 총궐기 인사말에서 "우리는 이명박·박근혜 10년 동안 노조를 사수하기 위해 투쟁해 왔고, 이제는 우리 요구가 현실화하도록 정부와 교섭·투쟁을 병행해야 할 때"라며 "투쟁을 수반하지 않는 교섭은 허상이고, 우리는 노조 설립신고증과 해직자 원직복직·공무원 정치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해 중단 없이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무대에 오른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을 내세우며 생색을 냈지만 아무런 내용이 없음이 점차 확인되고 있다"며 "공무원·교사 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면 민주정부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총궐기 참가 공무원노조 조합원 5천여명은 대회가 끝난 뒤 서울역을 출발해 서울시청·세종문화회관을 지나 청와대 사랑채 인근까지 행진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