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가로청소를 하던 50대 환경미화원이 쓰레기수거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새벽시간 작업 중 차에 치이거나 작업차량에서 떨어져 죽고 다치는 환경미화원들이 잇따르고 있지만 노동조건 개선은 요원한 실정이다. 새벽 4~5시에 출근해 일하는 시스템을 개선하고 환경미화 인력을 충원해야 반복되는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후진하는 작업차에 참변

16일 광주광역시와 남구청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6시40분께 광주 남구 노대동 한 도로에서 쓰레기 수거작업을 하던 환경미화원 A(59)씨가 동료 B씨가 몰던 쓰레기수거차량 뒷바퀴에 치였다. 운전자 B씨가 쓰레기수거차를 후진시키다 작업 중이던 A씨를 미쳐 발견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고로 머리를 심하게 다친 A씨는 119 구급차로 인근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A씨는 남구청과 계약을 맺은 용역업체 S산업에서 35년간 일한 베테랑이지만, 해 뜨기 전 어두운 도로가에서 후진하던 차량을 피할 수는 없었다. 남구청 관계자는 "어두울 때 작업을 한 데다 작업자 둘이 서로 사인이 안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신호수가 있거나 날이 밝은 뒤 작업을 했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며 안타까워했다. 실제 지난해 12월19일에도 광주 북구 50대 환경미화원이 새벽 작업을 하다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벽에는 깜깜하고 잘 안 보이기 때문에 운전자는 주변을 잘 확인하지 못하고, 작업자 또한 주변을 살필 수 없다"며 "낮 시간에 작업하거나 신호수가 한 명 더 있었다면 안전문제에 대처할 수 있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광주지역에서 일하는 한 환경미화원은 "미화원들은 노동강도가 세기 때문에 작업에 집중하다 보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차량이나 위험을 감지하기가 쉽지 않다"며 "주변을 살피며 일할 수 있는 작업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호수나 작업자 등 어떤 형태로든 인력충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새벽근무 폐지 시급"

지난 2014년 광주지역 환경미화원들의 건강실태를 조사했던 광주근로자건강센터는 반복되는 환경미화원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새벽근무 폐지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문길주 센터 사무국장은 "광주지역에는 1천여명의 환경미화원들이 일하고 있는데, 새벽 4시에 기상해 회사에 새벽 5시께 출근한다"며 "새벽시간 주변이 잘 보이지 않으니 교통사고가 일어나면 바로 사망사고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사무국장은 "아침 출근 전 거리가 깨끗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노동자들이 새벽시간에 일을 하고 있다"며 "환경미화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는 새벽 작업은 폐지하고 오전 8시 출근, 오후 5시 퇴근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센터는 이날 환경미화원 사망사건 관련해 광주시에 △새벽근무 폐지 △사업장 심리프로그램 실시 △청소 차량 운전시 유도자 배치 △월 1~2회 안전교육 일상화 △환경미화원 외부 용역 폐지(직접고용-공단화) △환경미화원 긴급 대책회의 구성 을 건의했다. 남구청 관계자는 "새벽 시간대 작업이 위험하니 동절기 출근시간을 늦추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며 "환경미화원 안전대책 부분에 대해서도 5개 구청이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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