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광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건강에 있어 육체와 정신을 따로 떼어 내어 생각할 수 없음에도, 흔히 육체적 위험과 건강에 비해 정신적 위험과 건강을 등한시하거나 개인 문제로 치부하곤 한다. 이러한 경향은 일터에서도 마찬가지다. 노동자 정신건강 위험에 대한 고려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일터에서 정신건강의 위험은 우울증을 포함한 각종 정신장애를 일으키고, 심지어 자살에 이르게 한다. 얼마 전 사회적 이슈가 됐던 마필관리사의 자살이나, 콜센터 노동자의 정신건강 문제는 이러한 예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고객으로부터의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일터의 각종 괴롭힘, 그리고 직무스트레스는 직종과 산업을 불문하고, 단지 정신건강 특성상 극단적인 경우 아니면 조명되지 않을 뿐 매우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일터 괴롭힘은 매우 은밀하면서도 지속적이어서 이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을 쉽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의 경우도 문제가 심각해 후생노동성은 이를 'Power Harssment'로 정의하고(이를 줄여 ‘파워하라’라고 부른다), 그 범주를 폭행과 상해(신체적 공격), 협박·명예훼손·모욕·폭언(정신적 공격), 격리, 동료와의 소외, 무시(인간관계에서 분리), 업무상 불필요한 일이나 수행 불가능한 일의 강요, 업무방해(과대한 요구) 업무상 합리성 없이 능력이나 경험과 동떨어진 정도가 낮은 업무를 명하거나 업무를 부여하지 않는 것(과소한 요구), 사적인 일에 과하게 개입하는 것(사생활 침해)으로 구분해 이에 대한 위험과 대처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하는 등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미국 역시 최근 연구보고에 의하면 미국인 중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한 사람이 3분의 2로 나타났고, 응답자의 3분의 2는 "한 달에 적어도 한 번 이상 무례한 취급을 당했다"고 답했다. 이 같은 결과는 1998년 절반 비율에서 3분의 2로 급증한 것이라고 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노동자 정신장애나 이로 인한 자살 등에 대해 업무와 연관성이 있을 경우 치료 등 법에 따른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보상 문제는 중요한 것이기는 하나, 예방의 중요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정신건강 문제는 일터문화·노무관리와 긴밀히 연관돼 있다. 설령 재해노동자가 치료 이후 복귀해도 일터가 변하지 않으면 참으로 난감해지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5조2항)은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할 것"을 사업주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23조(안전조치)와 24조(보건조치)에서 노동자 정신건강에 대한 어떠한 규정도 없어 제도적으로 사업주의 정신건강 예방의무가 선언적 의미 이상을 못 넘고 있다(23조와 24조 위반시 매우 무거운 징역과 벌금 벌칙이 따른다).

현재 국회에는 산업안전보건법 24조에 '업무수행이나 이와 관련한 인적·물적 환경에 따른 신체적 피로 및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의무를 추가하거나, 고객응대 노동자의 건강장해 예방의무를 신설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하지만 활발한 논의가 부재해 법안 통과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요원한 상황이다.

어떤 나라건 간에 노동자 정신건강 장애 문제가 확대 추세에 있고, 이에 대한 예방 노력은 전 사회적으로 이뤄져야 마땅한 것이다. 여러 사회적 노력 중에서도 특히 사업주와 국가가 실질적으로 노동자의 정신건강 예방의무를 지도록 산업안전보건법을 하루빨리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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