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일자리 정책의 핵심은 ‘고용률 70% 달성’이었다. 고용률은 구직포기자 같은 비경제활동인구를 제외한 실업률 과소추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반면 전체 취업자들의 고용의 질은 파악하기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는 고용률을 올리기 위해 시간제 일자리 증가 같은 양적 목표 달성에 치중해 질 나쁜 일자리만 양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 정책도 문제지만 고용의 질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 부재가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장애요소가 되는 형편이다.

그런 가운데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가 지난 12일 일자리통계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고용의 질 지표체계를 내년까지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미래산업과 좋은일자리 포럼(공동대표 서형수·노회찬 의원)이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고용의 질 지표체계 구축방안’ 토론회를 열어 지표체계 밑그림을 공개했다.

“노동시장 계층화 드러내는 지표 있어야”

최바울 통계개발원 정책지표연구실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초안 수준의 지표체계를 발표했다. 크게 △임금 △근로시간 △산업안전 △고용안정 △고용차별 △일과 생활의 균형 △사회안전망 등 7개 분야로 나눴다. 이를 17개 지표로 다시 분류했다.<표 참조> 최 실장은 “국내 선행연구와 국제기구 지표를 토대로 만든 예시안으로 추후 관련부처와 전문가, 국민을 대상으로 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국내에 부재했던 고용의 질 지표 개발 시도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구체적인 각론에 부족함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통계개발원은 임금과 관련해 시간당 임금과 저임금 근로자 비율을 구체적인 지표로 선정했다. 저임금 근로자 비율의 경우 임금근로자 중위임금 3분의 2 미만 근로자 비율을 산출한다. 이와 관련해 임금산출을 소득분위별로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 적지 않았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정우 한국노동연구원 사업체패널팀장은 “저임금 근로자 비중만으로는 부족한 느낌이 있다”며 “분위별 임금분포나 지니계수처럼 임금분산 크기를 반영할 수 있는 지표에 대한 추가 고민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금근로자를 △월보수 400만원 이상 △200만~400만원 △100만~200만원 △100만원 미만 또는 근로소득 미신고자로 분류한 뒤 비중을 계산한 자료를 내놓았다. 노동시장 차별 현황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각종 사회보험 통계와 같은 일자리 행정통계, 국세청 소득자료를 재분석했다.

서 의원은 “노동시장 계층화 지표뿐 아니라 소득과 고용의 질을 함께 파악할 수 있는 지표를 제시해야 한다”며 “행정통계와 국세청 소득자료를 연계해 살펴봄으로써 표본조사 한계를 보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자리 질과 노사관계, 별개 아니다”

세부지표에 노사관계 영역 지표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17개 지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노동기본권이나 사회적 대화 같은 집단적 노사관계 관련 지표가 포함되지 않은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문제를 집단적 노사관계와 별개로 바라보는 시각의 근본적 한계와 궤를 함께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비판했다. 이 실장은 "노조 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을 지표에 넣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장인숙 한국노총 정책국장은 “사측의 고용의 질 악화 시도에 맞설 수 있는 노동자들의 수단이 없다면 고용의 질이 높다고 할 수 없다”며 “대등한 노사관계 조성을 기반으로 고용의 질을 높이기 위한 지표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우 노동연구원 사업체패널팀장은 △노조나 노사협의회 설치 비율 △고충처리 절차 존재 여부를 지표에 반영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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