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불임금 지급과 근무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 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 소속 대한항공 기내 청소노동자들이 2일 인천 남동구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체인력을 투입한 불법행위에 대해 노동청에 근로감독을 촉구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인천공항 항공기 내 미화업무 정규·단기 알바 대모집.”
“아르바이트 급구.”

대한항공 비행기 청소노동자들이 파업을 하자 도급업체가 불법 대체인력을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파업을 전후해 취업포털 사이트에 30~50명을 채용한다는 내용의 구인공고를 잇따라 냈다. 실제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고발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지부장 김태일)는 2일 오전 인천 남동구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부는 대한항공 하청사의 노골적인 불법 대체인력 투입을 당장 중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파업 중인 노동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 전원이 진정서를 써서 노동부에 제출했다.

인천국제공항에 취항하는 대한항공 비행기를 청소하는 노동자 220여명이 지난달 30일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인력업체인 EK맨파워 소속이다. EK맨파워는 대한항공 자회사인 한국공항 기내 청소업무 수탁업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43조에 따르면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 수행을 위해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 지부는 “파업 장기화 사태로 치닫기 전에 즉각 수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측은 파업 전날인 지난달 29일 “노조의 무리한 요구로 임금교섭과 지방노동위원회 조정이 결렬됐다”며 “파업기간 동안 정상조업을 하는 직원에게는 법정 최저시급의 50%를 추가로 가산해 지급하겠다”는 게시물을 현장에 부착했다. 노조는 “조합원 파업 참여를 저조하게 만들려는 의도로 사측이 작성한 것”이라며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고 반발했다. 노조는 이날 불법 대체인력 투입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EK맨파워 대표이사를 노동부에 고소했다.

“파업효과 나타나야 사용자가 교섭장 나올 것”

지난달 30일 조합원 220여명이 파업을 시작하자 업체는 비조합원과 원청인 한국공항 직원, 또 다른 하청업체 직원을 투입하고 아르바이트를 신규로 뽑았다. 대체인력 투입 탓에 파업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불법 투입된 대체인력이 빠지면 실질적인 파업효과가 나올 것”이라며 “파업효과가 충분이 드러나야 사용자가 교섭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용원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하청업체가 대체인력을 채용해 투입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지만 원청이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노조법에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며 “노동부가 원청 대체인력 투입은 불법이 아니라고 해석하기 때문에 도급·위탁업체 노동자 파업권 자체가 무력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부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 22만1천540원의 기본급 반영과 체불임금 청산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최근 4년간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기존 수당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맞췄다. 최저임금이 올라도 실질 임금인상 효과가 없었던 이유다. 지부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분만큼 기본급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사측은 남녀 직원이 같은 업무를 하는데도 정근수당 17만4천원을 남성에게만 지급했다. 노동부는 여성에게 지급하지 않은 정근수당을 체불임금으로 보고 개인별 체불금액을 산정하고 있다.

신창선 공항항만운송본부장은 “업체의 불법행위는 하루 이틀 사이에 벌어진 일이 아니라 수년간 누적된 것”이라며 “노동청이 불법행위를 조사해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노동부는 이날 오후 근로감독관 5명을 현장에 파견해 불법 대체인력 투입 혐의를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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