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저임금 7천530원이 현장에 적용된 지 일주일, 사측의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꼼수가 판을 치고 있다. 상여금을 기본급에 넣는 것은 물론이고, 인력을 감축하고 휴게시간을 늘려 소정근로시간을 줄이는 곳도 있다. 서울 강남 압구정동 옛 현대아파트는 경비원 전원을 해고하기로 결정해 논란이 됐다. 재계의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에 노동자들은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한 채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하루 5시간 일해서는 생계 못 꾸려”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은 현대아파트만의 일은 아니다. 7일 노동계에 따르면 대구 제조업체는 공장 경비노동자를 해고하고 무인경비시스템을 도입했다. 포항 중소기업은 경비노동자를 해고해 야간근무 노동자들이 돌아가면서 경비업무를 서고 있다. 모두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가장 힘없는 고령의 비정규 노동자를 해고한 사례다.

최저임금 인상을 핑계로 소정근로시간을 줄이는 곳도 많다. 인천의 한 아파트와 안산의 금속 제조업체는 휴게시간을 1시간 늘려 소정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인상 꼼수를 부렸다. 매년 근로계약서를 써야 하는 파견노동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소정근로시간 축소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인천의 한 식당은 최근 노동자들에게 하루 12시간 하던 근무를 5시간으로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통상임금의 1.5배를 가산해 지급해야 하는 연장·야간근로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노동자들은 “하루 5시간씩 일해서는 생계를 꾸릴 수 없다”며 “그만두라는 소리밖에 안 된다”고 성토했다.

소정근로시간 축소는 택시업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인천 남구 ㄱ택시업체는 하루 5시간인 소정근로시간을 4시간으로 줄였다. 반면 사납금은 주간 2천원·야간 5천원·하루 6천원으로 인상했다. 소정근로시간이 줄었다고 택시노동자들의 휴게시간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인상된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더 많은 장시간 노동으로 내몰린다.

이경호 공공운수노조 인천지회장은 “택시회사 90%가 소정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고 있다”며 “야간근로수당을 비롯한 각종 수당은 줄어든 반면 사납금은 올랐다”고 비판했다.

상여금 기본급으로 돌려 인상 효과 상쇄

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하는 손쉬운 방법으로 상여금의 기본급 전환을 택하고 있다. 대구 ㅂ제조업체는 상여금 600%를 최저임금이 인상될 때마다 200%씩 기본급으로 전환했다. 올 들어 이 업체에서는 상여금이 사라졌다.

정태교 금속노련 조직부장은 “중소·영세 사업장, 특히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는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돌리는 작업이 몇 년 전부터 진행돼 현장이 무너지고 있다”며 “최저임금 제도개편이 논의되는 중인데도 상여금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될 것이라고 기대하며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꼼수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대 노총 최저임금 위반 신고센터와 지역노동상담소에는 기업들의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사례가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변우근 한국노총 안산노동교육상담소 상담부장은 “안산에는 파견업체에 속한 노동자가 많다”며 “원청이 비용절감을 이유로 파견업체를 바꾸기라도 하면 그대로 해고자가 되기 때문에 휴게시간을 늘려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하더라도 노동자들이 문제 삼거나 법적으로 다투기 쉽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유선경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인천본부 남동노동사무소)는 “중소·영세 사업장에서 수당을 기본급에 포함하거나 근무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꼼수를 많이 쓴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질적인 최저임금 상승 효과가 무력화된다”고 지적했다.

양대 노총은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사례를 정리해 대응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위반 사항을 조사할 전담 근로감독관을 둬야 한다”며 “사용자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정부 차원의 홍보와 감시·감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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