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수 변호사(법무법인 시민)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자문위)가 지난해 2월2일 구성돼 같은해 12월31일까지 활동하고 그 결과를 개헌특위에 보고서로 제출했다. 자문위 보고서 개헌안(자문위안)에 대해 일부 언론과 정치가·인사들(비판론자들)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노동권 조항에 비판이 집중되고 있는데, 이 글에서는 이에 대해 간략히 살펴본다.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30년 넘는 기간이 지난 후에 촛불시민혁명 연장선상에서 10차 개헌을 한다면 그 사이의 사회 변화를 반영하고 보다 많은 사람의 행복에 기여해야 한다. 97년 경제위기 이후 경제력 독점은 더욱 강화됐고, 취약계층을 이루는 비정규직 증대로 양극화가 심화됐다. 재벌은 막대한 이윤을 얻음에도 고용은 오히려 감소해 소위 낙수효과가 허구임이 증명됐다. 노동소득분배율 감소로 인한 유효수요 부족으로 성장 자체가 한계에 봉착했다.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은 인권과 정의의 문제다. 또한 사회통합의 중요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10차 개헌은 경제력 집중과 남용 그리고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을 포함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개헌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자문위안의 노동권과 경제 관련 개정안들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만들어졌다.

비판론자들은 자문위 구성이 편파적으로 이뤄졌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진보 성향 인사나 시민단체 출신이 다수라는 것이다. 자문위는 시민단체·학계 등 80개 단체로부터 공개추천을 받은 296명의 후보자 중 개헌특위 위원장(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의 선정을 거쳐 국회의장이 위촉한 3명의 공동위원장과 50명의 위원(4명은 중도 사퇴)으로 구성됐다. 자유한국당 의원인 이주영 위원장이 선정한 자문위원들을 편파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비판론자들은 자문위안을 잘못 이해하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한 전제에서 주장을 전개하기도 한다. 비판론자들은 무기고용·직접고용 원칙을 규정한 자문위안 35조2항2문에 대해 "기간·파견근로 사실상 폐지" 또는 "비정규직 폐지"라고 매도하나, 이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이라고 명시해 예외를 인정하고 있음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이다. 비판론자들은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규정한 자문위안 35조5항에 대해 "정리해고 금지"라고 주장하나, 정리해고도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정당한 해고로 인정되므로 위 조항이 정리해고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가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는 노동법의 핵심적 성과다. 유럽연합 기본권헌장과 핀란드 헌법도 명시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자문위안 35조3항2문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조항도 문제 삼는데, 노동자가 동일가치노동을 함에도 성별 또는 고용형태 등 합리적이지 않은 이유로 임금차별을 받는 것은 차별을 넘어 인간에 대한 모욕이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국제노동기구(ILO) 100호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남녀동일보수에 관한 협약, 유엔 사회권규약,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도 명시하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노동자 대표를 통한 사업운영 참가권을 규정한 자문위안 36조2항후단 조항도 문제 삼으나, 노동자가 자신의 직업적 이익이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데 참가하는 것은 인간 존엄을 유지하고 산업민주주의를 실질화하기 위해 필요하다. 제헌헌법은 노동자 이익균점권을 규정한 바 있고, 프랑스헌법 8조는 모든 노동자의 대표를 통한 경영참가권을 규정하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자문위안에서 신설된 일할 권리 관련 조항들의 경우 입법 또는 해석으로 해결할 사항이고 국가 기본규범인 헌법에 규정할 사항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일할 권리 조항은 제헌헌법 이후 개헌 때마다 계속 확대·추가돼 왔다. 입법과 해석으로 해결하는 것에 한계가 있어 현재와 같이 양극화가 심화해 사회 유지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렀으므로 헌법에 규정해 방향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비판론자들은 노동권 강화는 제조업시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서 4차 산업혁명 시기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아무리 4차 산업혁명기라도 노동 없이 사회가 유지될 수는 없다. 사회구성원 모두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인간다운 생활이 보장되지 않으면 사회 유지는 불가능하게 된다.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노동권을 강화해야 한다.

비판론자들은 노동권 강화 조항들이 시장경제를 부인한다고 주장하나, 자문위안은 시장경제를 부정한 바가 전혀 없다. 비판론자들은 자문위안이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강화한다는 점을 들어 좌편향 또는 사회주의적이라고 색깔공세를 편다. 시장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선진국인 수정자본주의 복지국가에서 일반적인 현상이다. 자문위안은 자본주의국가인 선진국 헌법례와 국제 인권규약 등을 참고해 만든 것이다. 비판론자들이 경제는 경제원리로 움직이지 인권이나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움직일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하나, 경제도 인권과 민주주의의 바탕 위에서 발전을 논할 수 있는 것이지 인권과 민주주의를 벗어나 있는 것이 아니다.

개헌 논의가 본격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6월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로 개헌을 해서 촛불시민혁명의 한 매듭을 지을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 사회 가장 약한 고리라 할 수 있는 비정규직과 관련한 헌법적 대응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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