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중고차 매매사업 자회사인 SK엔카 직영몰에서 일하는 이아무개(38)씨는 9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체불임금 진정을 제기했다. 회사가 2015년부터 3년간 1천670만원의 연장근로수당과 연차수당을 미지급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SK엔카와 중고차 판매노동자들이 체결한 근로계약서상 출퇴근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그런데 이씨에 따르면 문서상 출퇴근 시간은 사문화된 지 오래다. 그는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출근시간 전 아침회의와 퇴근시간 후 실적 마감회의가 매일 열렸다”며 “소정근로시간 외의 근로로 회사가 마땅히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근로계약서상 출퇴근 시간·연차휴가 '유명무실'

금속노조 SK엔카지회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서울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를 상대로 체불임금 진정을 했다"고 밝혔다.

이씨를 포함해 조합원 4명이 회사에 체불 수당 7천169만원을 청구했다. 지회에 따르면 SK엔카 직영점들은 직원들을 오전 8시까지 출근해 사무실 청소로 하루 업무를 시작한다. 30분 후 아침회의를 한다. 지회는 “조기출근에 불참하면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불가능한 데다, 관리자에게 일에 의욕이 없는 것으로 찍히는 만큼 반드시 참여해야 했다”고 밝혔다. 퇴근시간도 지켜지지 않았다. 퇴근시간을 30분 넘긴 오후 6시30분에야 하루 판매실적을 결산하는 마감회의가 열렸다.

지회는 이를 통해 하루 평균 1.5시간 초과노동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여기에 연 소정 근로일수(249일)를 감안하면 3년간 1천120시간의 초과근로가 발생한다. 지회 관계자는 "아침 청소를 하지 않는 일부 조합원을 감안해 하루 초과근로를 1시간으로 최소화해 진정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감안해야 할 것은 또 있다. SK엔카는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을 최대 3일치만 준다. 회사가 법정 연차휴가 15일 중 12일 이상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매실적에 따라 월급이 달라지는 시스템에서 주어진 연차를 소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어렵사리 연차를 내더라도 업무 특성상 고객들의 밀려드는 전화를 외면하기 힘들다. 지회는 “단순히 전화를 받는 수준이 아니라 연차휴가를 낸 날 고객을 만나 중고차 매입계약을 한 사례가 적지 않다”며 “회사가 조합원들의 초과노동을 개인 과욕으로 치부하고 있는데, 전국 26개 직영점에서 일하는 650여명의 판매·매매 노동자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일이기 때문에 시스템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연장근로수당 교섭 쟁점으로

SK엔카의 초과노동에 구성원들의 반발이 거세진 것은 2014년 회사가 신임금 체계를 도입하면서부터다. SK엔카는 당시 기본급 비중을 대폭 축소하고, 실적에 따른 성과급 비율을 높인 인센티브 임금제도를 도입했다.

문제는 임금제도 개편과 함께 회사가 그나마 지급하던 휴일 근무가산수당을 없애 버렸다는 점이다. 장문교 부지회장은 “평일 조기출근이나 퇴근시간 후 일하는 것에 대한 수당은 예나 지금이나 없지만 과거에는 토요일 근무에 1.5배 가산수당을 지급했다”며 “회사가 인센티브 임금제도를 도입하면서 이마저 없애 버려 직원들의 불만이 쌓였다”고 말했다.

SK엔카 직영점에서 일하는 노동자 400여명은 지난해 11월 초과노동과 회사 매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서울지부 SK엔카지회로 편제됐다. 조합원은 가입대상의 87%인 565명으로 불어났다.

SK는 최근 한앤컴퍼니에 SK엔카 직영부문 지분 100%를 매각하기로 했다. 노조는 회사와 교섭을 하고 있다. 회사에 △경영자료 제출 △체불임금 지급 △인센티브 임금제도 폐지(호봉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SK엔카는 “진행되는 교섭을 통해 노조와 수당 미지급 문제에 관해 성실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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