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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거짓말

기사승인 2018.01.12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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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부쩍 추워 전화드리니 나는 괜찮다고 엄마는 말했다. 따뜻한 방에서 잘 지내니 너나 잘 챙겨 입고, 잘 먹고 다니라고 밀린 잔소리를 풀어낸다. 어쩌다 들른 시골집 마루는 언제나 냉골이다. 구석자리 작은 전기장판이 그나마 앉을 자리다. 보일러는 장식이다. 뻔한 거짓말이 오랜 일이다. 어릴 적 곶감 좀 달라면 엄마는 없다고 잘랐다. 며칠 뒤 제사상엔 뽀얗게 분이 난 곶감이 올랐다. 나는 분했다. 하나도 안 맵다던 음식은 꼭 매웠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스테인리스 밥그릇을 맨손으로 옮기면서도 뜨겁지 않다고 엄마는 말했다. 생선은 대가리가 제일 맛있다면서 내겐 몸통만 떼어 줬다. 용돈 좀 달라면 돈 없다고도 했다. 저녁 드셨냐고 물어보면 먹었다고, 드시고 싶은 것 있냐고 하면 없다고만 했다. 조금만 싸서 보냈다던 택배 상자엔 김치와 무와 온갖 반찬이 꽉 차 터질 지경이었다. 어느 빌딩 청소 일은 그만두셨다더니, 언젠가 물으니 또 나가신단다. 더 늙으면 엄마 좀 먹여 살리라고 이제 가끔은 참말도 하신다. 늙은 엄마의 뻔한 거짓말을 이제는 좀 알 것도 같다. 추운 날 길에 나선 청소노동자들이 쓰레기봉투 속에 들었다. 최저임금 올랐다고 사람 자르고 알바 쓴다는 대학교며 어느 커다란 빌딩 얘기 풀어내느라 그늘에서 오래 떨었다. 춥지만 투쟁의 열기가 높다는 사회자의 빈말에 큰 소리로 화답했지만 얼어 죽겠다 소리가 여기저기서 절로 나왔다. 엄마는 하나도 안 춥다더니, 그게 다 거짓말이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적립금 쌓아 두고도 돈 없어서 사람 자른다는 대학 얘기에 에라이 거짓말 소리가 절로 나왔다. 늙은 노동자 목청이 날로 높다.

정기훈 photo@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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