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양대 노총이 사용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시도와 실태를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절반을 훌쩍 넘는 회사가 편법을 동원해 최저임금 인상을 피해 가고 있었다. 대학·마트 등 사업장별 사례도 소개했다. 노동계는 대응기구 운영을 본격화하고, 대정부 요구 수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기업 10곳 중 7곳, 탈법으로 최저임금 무력화"=한국노총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위반사례와 탈법행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노총 산하 광산·금속·화학·고무·섬유유통노련 등 5개 회원조합 가맹조직 사업장 193곳 중 최저임금을 위반한 곳은 85곳으로 확인됐다. 이 중 소정근로시간을 축소하거나 정기상여금을 기본급화하는 등 탈법적으로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상쇄시킨 사업장은 136곳(70.5%)이다. 상여금 일부를 기본급에 산입한 사업장은 77곳으로 응답수 대비 39.1%로 가장 많았다. 휴일·연장 등 노동시간 축소(17.3%)와 상여금 산정·지급기준 변경(1개월 단위·14.7%), 소정근로시간 축소(13.2%)가 뒤를 이었다.

사례를 살펴보면 한국교직원공제회와 단국대 천안캠퍼스 등에서는 수년째 근로계약을 갱신한 비정규 노동자들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계약해지했다. A대학은 정년퇴직으로 인한 감소 인원을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로 채웠다. B기업은 상여금과 식대·교통비 같은 복리후생적 급여를 기본급에 포함시켰다.

한국노총은 이날 "중앙법률원과 각 지역상담소에 최저임금 위반·탈법행위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최저임금 인상효과 무력화 꼼수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하 노조에 최저임금 위반·탈법행위 주요 사례와 대응방안을 담은 현장대응지침을 배포한다. 최저임금지키기 TF도 꾸릴 예정이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최저임금에 대한 논의는 ‘을과 을의 투쟁’이라는 조작된 프레임을 깨고 재벌대기업 책임 강화와 함께 분배정의 실현으로 가야 한다”며 “한국노총은 을의 조직이자 을들을 잇는 매개자로서 역할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마트·대학 곳곳에서 꼼수 등장"=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최저임금위반 신고센터(1577-2260) 상담 내용과 피해사례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에 따르면 올해 1월을 전후해 연세대(31명)·고려대(10명)·홍익대(4명) 등 여러 대학들이 청소·경비노동자 인력감축에 나선 상태다. 송승환 지부 조직부장은 “홍익대는 7천429억원, 연세대는 5천307억원, 고려대는 3천568억원의 적립금을 쌓아 놓고 있는데 지불능력이 충분한 대학 사업장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기 위한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가 현장감독을 강화하고 교육부가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트산업노조는 신세계 이마트가 올해 1월부터 운영 중인 주 35시간제가 “허울뿐인 꼼수”라고 비판했다. 장준모 교육선전국장은 “향후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면 이마트 노동자 월급은 183만원으로 최저인 209만원에도 못 미친다”며 “노동강도 증가와 휴게시간 축소로 현장 불만이 굉장히 높다”고 우려했다.

민주노총이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15일까지 전국 15개 지역에서 운영한 ‘최저임금 위반 신고센터’에는 2천163건의 상담사례가 접수됐다. 박주영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식대 등 기본급 산입과 상여금 등 월할지급, 근로시간 줄이기와 휴게시간 늘리기 같은 사용자 꼼수가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위반 단속 전담 근로감독관 제도 도입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최저임금 체불임금 노동부 선 지급 후 대위권 행사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민주노총은 3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사용자들의 최저임금 회피 꼼수를 규탄하고 정부에 관리·감독 강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한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우리 사회가 망할 것처럼 호도하고, 수혜를 누리는 사람을 죄인으로 취급하는 보수언론을 규탄한다"며 "최저임금의 온전한 인상은 내수경제 활성화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양우람·이은영 기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