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환춘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경남사무소)

대상판결 : 서울행정법원 2017.11.24. 선고 2017구합60642 공정대표의무위반 재심판정취소 청구의 소

1. 사실관계

원고 대림자동차 주식회사 사업장에는 참가인 금속노조 소속 대림자동차지회(금속노조 지회)가 있다. 대림자동차 사업장에는 기업별 노조인 대림자동차노조(기업노조)가 있으며 조합원수는 217명이다. 금속노조 지회 조합원은 교섭요구일 당시는 9명이었으나 이후 6명으로 감소했다.

대림자동차는 2016년 6월9일 교섭대표노조인 기업노조와 단체협약(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위 단체협약에는 금속노조 지회에 노조 사무실과 관련 비품을 제공한다는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금속노조 지회는 이 사건 단체협약 체결 이전에 대림자동차에 노조 사무실 및 관련 비품을 제공해 줄 것을 요청한 사실이 있다.

이 사건 단체협약 체결 이후 대림자동차는 금속노조 지회에만 노조 사무실과 관련 비품을 제공하지 않았고, 금속노조 지회는 위 행위에 대해 공정대표의무 위반이자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구제를 신청했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위 신청을 기각하는 내용의 판정을 했다[경남2016공정6/부노88(병합)]. 이에 금속노조는 재심을 신청했고 중앙노동위원회는 ‘대림자동차의 행위는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로서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그러나 위 행위가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초심판정 중 관련 부분을 취소하고 대림자동차에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명령을 하는 판정을 했다[중앙2016공정34/부노243(병합),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

대림자동차는 이 사건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박성규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24일 원고 대림자동차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고등법원 2017누86790 사건으로 계속 중이다.

2. 판결의 요지

재판부는 공정대표의무의 제도적 취지에 대해 아래와 같이 판시했다. 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9조2항 등은 교섭대표노조에만 단체교섭과 쟁의의 주도권 등을 인정함으로써 교섭대표노조가 되지 못한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제한하고 있다. 사용자와 교섭대표노조가 단체협약을 체결하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소수노조는 이를 수인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소수노조와 그 조합원에 대한 합리적 이유 없는 불리한 차별을 막기 위해 노조법 29조의4 1항은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에게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② 노조법은 사용자에게도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는 사용자가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전 과정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교섭대표노조를 우대하거나 소수노조를 불리하게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과한 것으로 해석된다.

③ 위와 같은 공정대표의무의 취지와 노조법 29조의4 1항의 문언 해석상 사용자나 교섭대표노조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교섭대표노조와 소수노조를 차별해 대우하는 경우, 사용자나 교섭대표노조의 적극적인 주장·증명에 의해 그와 같은 차별 대우에 합리적 이유가 있음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그와 같은 차별 대우는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

재판부는 이 사건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서 금속노조 지회에 노조 사무실과 관련 비품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금속노조 지회를 불리하게 차별한 행위로서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는데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① 사용자와 교섭대표노조에 부여되는 공정대표의무는 근로조건 등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사항뿐만 아니라 노조 사무실 제공과 근로시간면제 한도 부여 등 노조활동과 관련된 사항에 관해서도 부여된 의무다.

② 노조 사무실은 조합원 교육이나 회의뿐만 아니라 상시적인 신규조합원 모집과 조합원 상담 등 노조의 존립과 발전에 필요한 일상적인 업무들이 이뤄지는 공간으로서 노조법이 보호하는 노조활동을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요소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서 교섭대표노조로 결정되지 못한 소수노조에도 노조 사무실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점은 교섭대표노조와 다를 바가 없다. 따라서 노조 사무실로 제공할 공간을 마련하는 데 상당한 물리적·비용적 부담이 따른다거나 교섭대표노조와 비교해 소수노조의 조합원이 적다는 사정만으로 오직 교섭대표노조에만 노조 사무실을 제공하고 소수노조에는 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③ 위와 같은 노조 사무실의 기능은 안정적이고 상시적인 공간에서 비로소 실현될 수 있는 것이므로, 필요할 때마다 회의실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는 사정만으로 노조 사무실의 필요성이 충족된다고 볼 수 없다.

3. 평가

사용자와 교섭대표노조에 부여되는 공정대표의무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조 또는 그 조합원에 대해 근로조건 등 근로자의 대우에 대한 사항뿐만 아니라 노조활동과 관련된 사항 즉 노조 사무실 제공, 근로시간면제 시간의 부여 등도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 대상판결은 사용자가 교섭대표노조에만 노조 사무실과 비품을 제공하고 소수노조에는 조합원이 적다는 이유로 이를 제공하지 않는 행위는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복수노조가 도입되기 이전에는 단체협약으로 노조 사무실을 제공받는 경우 조합원수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실제로 금속노조 산하 지회나 분회의 경우 조합원수가 20명 내외인 경우에도 33.1제곱미터(10평) 면적의 노조 사무실을 제공받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10명 미만인 경우도 9.9제곱미터(3평) 면적의 컨테이너를 제공받은 예가 있다. 그런데 복수노조가 도입되자 사용자가 소수노조에 대해 새삼스럽게 조합원수를 이유로 노조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했다. 이른바 민주노조가 소수노조인 경우에 이러한 일이 많이 발생하는데, 이 사건에서 대림자동차는 ① 교섭대표노조인 기업노조에 단체협약 체결 전에 이미 사무실을 제공한 것이므로 단체협약 체결과정에서 차별한 것이 아니며 ② 사무실을 제공할 공간이 없다는 주장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① 주장에 대해 “사용자와 교섭대표노조가 소수노조의 단체협약 요구사항을 무시한 채 단체협약을 체결함으로써 교섭대표노조와 소수노조를 차별대우하는 현상이 유지된다면 그와 같은 사용자와 교섭대표노조의 부작위 역시 소수노조를 불리하게 차별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이를 배척했다. ② 주장에 대해서도 “사업장의 토지 면적이 16만4천488.1제곱미터에 이르고 본관사무동과 제1공장 등 다수의 건물이 조성돼 있는 대규모 사업장에 사무실 한 곳을 마련할 공간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림자동차 사업장에는 10개가 넘는 회의실이 있고 각 회의실이 동시에 이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재판부는 위 각 회의실 중 1개를 금속노조 지회의 사무실로 제공하는 것이 충분히 실현가능한 방안으로 보인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소수노조에 제공하는 사무실 면적에 대해서는 “노조 사무실로 제공할 공간을 마련하는 데 상당한 물리적·비용적 부담이 따르는 점을 고려하면 사용자가 모든 노조에 동일한 크기의 사무실을 제공해야 할 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기업노조에 제공한 사무실(면적 약 70제곱미터)보다 작은 사무실을 제공하면 족하다고 판시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로 인해 사용자와 교섭대표노조가 단체협약을 체결하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소수노조는 이를 수인할 수밖에 없어 소수노조가 차별적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적어도 정상적인 노조활동을 위한 노조 사무실 제공, 근로시간면제 한도 부여 등 기본적인 사항에 있어서는 노조법 29조의4 1항이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에게 부과하는 공정대표의무가 당연히 인정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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