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족의 노력이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아파트 경비원 두 명을 해고한 입주자대표회의 결정을 철회시켰다. 입주민 권혜진(22)씨가 자신이 사는 경기도 용인 수지구 신정마을 현대프라임아파트에 경비원 감축에 반대하는 글을 써 붙인 지 18일 만이다.<본지 2018년 1월5일자 3면, 어느 아파트에 붙은 호소문 "경비인력 감축안 반대합니다" 참조>

24일 권씨는 "최근 입주자대표자회의에서 감축된 경비원 두 명의 복직을 의결했다"고 알려 왔다. 지난해 12월27일 아파트 게시판에 입주자대표회의 명의 안내문이 붙었다. 안내문에는 "2018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아파트 관리비 절감 및 경비원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시범적으로 경비원 순환근무제를 시행한다"며 이달 1일부터 경비원을 8명에서 6명으로 축소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안내문을 본 권씨는 1월4일 아파트단지 엘리베이터 안에 "경비인력 감축안에 반대한다"며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호소문을 붙였다. 권씨 생각에 동의한 부모님과 동생들이 함께했다. 다섯 식구가 함께 500가구 우편함에 호소문을 배포했다.

다음날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명의로 다시 공지문이 나붙었다. 경비원 두 명 인력감축으로 '연간 4천499만5천400원의 절감효과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주민투표 요구를 사실상 반대한다는 취지였다.

권씨는 두 번째 호소문을 만들었다. 그는 "경비원들이 일자리를 잃는 문제와 별개로, 경비인력 부족으로 생기는 파생문제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CCTV·화재수신기·인터폰 등 기계로는 메워지지 않는 경비원이 필요한 지점이 있다"고 설득했다.

권씨가 가족들과 각 가구에 배포하고, 엘리베이터에 붙인 호소문에 "동의한다"는 댓글이 달리는 등 여론이 심상치 않자 입주자대표회의 회장단이 그의 아버지를 찾아왔다. 권씨 아버지는 한국노총 상근간부인 권재석 대외협력본부장이다. 권 본부장은 "경비인력 감축이라는 중요한 안건에 대해서는 주민들의 의견을 물었으면 좋겠다"며 "만약 주민들의 의사가 인력감축으로 모아진다면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동별로 긴급반상회가 이어졌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이달 22일 "주민투표를 하게 되면 주민 간 갈등의 소지가 될 수도 있다"며 감축된 경비원 두 명의 복직을 의결했다.

권씨는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연간 4천500만원 절감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는데 따지고 보면 1가구당 한 달에 7천500원씩만 부담하면 되는 액수"라며 "1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한 집안의 가장 두 명을 복직시켰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는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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