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포스코 비정규 노동자들이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함께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포스코의 노조탈퇴 공작과 산재 은폐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국내 최대 철강기업 포스코가 노조탄압 대명사가 되고 있다. 사내하청업체들이 매뉴얼까지 만들어 노동자들에게 금속노조 탈퇴를 압박한 정황이 드러났다. 사내하청 관리자들이 음식점이나 승합차량으로 조합원을 일일이 불러내 노조탈퇴를 종용했다는 진술이 쏟아지고 있다. 원청인 포스코가 개입했음을 시사하는 자료와 정황이 적지 않다. 대부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발생한 일이다. 부당노동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무색하다.

“금속노조가 전화하면 회사 얘기 말라”

노조는 2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포스코가 사내하청업체 노조탈퇴 공작을 했다”고 주장하고 문건을 공개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사내하청업체인 포스코 롤앤롤이 지난달 회사 임직원들에게 배포한 것이다. 노조 조합원들의 노조탈퇴 절차가 상세히 담겨 있다.<사진 참조>

노조 탈퇴신청서를 노동자가 자필로 작성하게 한 뒤 복사본을 본사 그룹장에게 전달하고, 신청서는 노조 포스코 사내하청지회장에게 보내도록 했다. 지회장 주소까지 기재해 놓았다. 문건에는 노조에서 확인전화가 올 것에 대비해 “회사 or 그룹장 권유 얘기하면 절대 안 됨. 본인이 하기 싫다”라고 명시돼 있다.

실제 회사 박아무개 그룹장이 노조원들을 일일이 만나 노조탈퇴를 종용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최아무개 조합원이 이달 21일 작성한 진술서에 따르면 박 그룹장은 지난해 10월25일 최씨 자택 인근 음식점으로 최씨를 불러내 노조 탈퇴서류를 건네면서 “탈퇴하면 어떻겠냐”고 말했다. 최씨가 거절하자 박 그룹장은 화를 내면서 “너가 회사 면접 볼 때 이력서에 자격증이 없는데 있다고 기재했다. 이거 빌미 삼아 노조탈퇴를 유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최씨는 진술했다.

박 그룹장은 이달 17일과 18일에도 회사 승합차로 최씨를 불러 자격증과 가족들을 거론하면서 압박했다. <매일노동뉴스>는 박 그룹장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화기가 꺼진 상태였다.

포스코 롤앤롤뿐 아니라 동화기업이라는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도 “관리자들이 기업별노조 가입과 금속노조 탈퇴를 종용했다”는 진술서를 노조에 제출했다. 동화기업 회사측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에서 조사하고 있기 때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불법파견 소송 확대에 원청에서 대응했나

사내협력업체들의 이런 행위는 원청인 포스코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포스코와 협력업체들은 지난해 8월께부터 금속노조 탈퇴와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철회를 조건으로 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런 내용은 포스코 원청 관계자가 작성한 문건에 담겨 있다. 노조는 지난달 해당 문건을 공개했다.<본지 2017년 12월21일자 4면 “소송 포기하고 노조 탈퇴하면 정규직보다 임금인상률 높게” 참조>

노조는 지난해 7월 포스코 포항·광양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소송위임장과 노조가입서를 받았다. 730여명이 노조에 가입해 소송에 참여했다. 그런데 얼마 안 가 노조탈퇴와 소송 취하가 잇따랐다. 실제 포스코 롤앤롤 서아무개 전 사장은 지난해 9월 사내 이메일로 포스코 협력업체 노사 대표와 포스코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임단협 교섭 내용을 공지하면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신중하게 선택해 달라. 임금인상에 필요한 재원은 우리 회사 노사 간 합의를 하면 포스코에서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노동권을 되찾기 위해 노조에 가입해 불법파견 소송을 하자 노조탄압을 하고 있다”며 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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