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애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

지난주 대한민국은 꽁꽁 얼어붙었다. 매일 최저기온을 갱신한 기록적인 맹추위와 싸워야 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에게 혹한기훈련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추억이다. 요즘 같은 추위에는 혹한기훈련도 제한되거나 축소된다.

필자가 사는 서울의 최저기온도 섭씨 영하 17도, 체감온도는 영하 23도로 정점을 찍었다. 하루 대부분을 밖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이번 겨울은 어떠했는지를 살펴봤다.

#1. 지난달 13일 대한항공 자회사 한국공항에서 수하물작업을 하던 이기하 조합원이 탈의실에서 작업복을 갈아입다 쓰러져 돌아가셨다. 부검의는 “과로와 극심한 스트레스, 날씨 영향을 사망 원인으로 추정한다”는 소견을 냈다. 이날 인천의 온도는 영하 10.2도, 체감온도는 영하 16.5도. 그러나 이건 도심온도다. 인천공항의 황량한 활주로는 이보다 훨씬 낮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루 종일 비행기에 수화물을 싣고 내리는 일은 한여름 땡볕을 피할 수 없고 한겨울 눈보라와 칼바람을 피할 수 없는 현장에서 진행된다.

공항에는 하루 12시간(심하게는 18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시간 중 몸을 녹이거나 따뜻한 음료를 마실 대기실조차 없다.

 

 #2. 매일 새벽 청소차량에 매달려 생활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는 노동자들이 있다(지역에 따라 새벽 1시부터 출근하기도 한다). 겨울이면 음식물 쓰레기통에 가득 찬 쓰레기는 물기가 빠지지 않은 상태로 얼어붙어서 쏟아 낼 수가 없다. 통을 비우기 위해 흔들어 보기도 하고 뒤집어 놓고 두드리고 온 힘을 쥐어짜 본다. 손은 어설피 얼은 음식물 국물에 젖어 얼어 버렸다. 손가락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번 추위가 더 혹독함을 알기에 일찍 출근했지만 오늘도 시민들 출근시간 이전에 일을 마칠 수 없다는 조바심이 생긴다. 청소노동자는 '자신들이 보이지 않는 것'도 업무 중 하나라고 강요받아 왔다. 청소노동 결과는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을 때만 눈에 띈다.

#3. 오전 6시 반 출근길에 올라 7시 반 전에 우체국에 도착한다. 오늘 배달해야 할 등기·소포·일반 우편 등을 구분하고 9시 전에 오토바이에 시동을 켜고 우체국을 출발한다. 매일 배달하는 지역구 운전은 62킬로미터. 우체국에서 지급한 핫팩을 양쪽 주머니에 넣어 보지만 체감온도 영하 20도에서 핫팩은 맥을 못 춘다.

양말 두 켤레를 겹쳐 신어야 하는 겨울전용신발은 평상시 크기보다 한 치수 크게 신지만 소용이 없다. 곱은 손과 발을 녹이도록 쉬어 갈 곳도 없다. 따뜻한 물을 담은 보온병은 우체국으로 돌아오는 오후 4~5시가 되면 찬물이 돼 있다. 빙판길이라 조심스레 오토바이를 운전하다 보니 다른 계절보다 더 오랜 시간을 밖에서 보낸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고온작업 노동시간 제한기준이 있다. 습구흑구온도지수(WBGT)를 측정해 일정 온도 이상이면 노동시간을 8시간 이하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잘 활용되지 않아 지난여름 학교 급식노동자들이 튀김요리를 하다 쓰러지는 일이 발생했다.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는 정부서울청사와 각 시·도 교육청에 WBGT 측정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법이 있어도 사업주가 모르거나, 고용노동부가 관리하지 않으면 현장 노동자는 계속 쓰러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추위에 대해서는 법적인 규제나 대책이 없다. 정부와 노동부는 일정한 온도 이하일 때 옥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현행법에는 한랭작업장소를 다량의 액체공기·드라이아이스 등을 취급하는 장소, 냉장고·제빙고·저빙고·냉동고 등 내부로 정하고 있다). 지난주 같은 한파가 올 한 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구 온난화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사업주는 노동자들이 따뜻하게 쉴 공간을 만들고, 보호장비를 적정하게 지급해야 한다. 정부는 법으로 노동시간을 제한하고, 사업주가 이행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감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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