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서 의약품을 생산하는 A사에서 일하는 노동자 B씨. 그는 지난달 25일 1월 급여명세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한 달 151만원이던 급여액이 200만원으로 껑충 뛰어 있었기 때문이다.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B씨는 주위를 수소문한 끝에 회사가 1년 400%였던 정기상여금을 없앤 사실을 알게 됐다. 임금체계도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바뀌었다.

노동자 동의는 없었다.

회사는 합법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취업규칙을 임의로 변경한 뒤 노동자들의 찬성 의견이 과반에 달할 때까지 설명회와 동의서 징구작업을 반복했다. A사에는 노조가 없다. 회사의 강압적인 행위는 아무런 제약 없이 이뤄졌다.

5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반월공단을 비롯한 소규모 제조업 무노조 사업장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회피하려는 사용자들의 꼼수가 대대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반월공단에서 전자회로 기판을 생산하는 C사도 꼼수 사업장으로 꼽힌다. C사는 올해부터 기존 400%였던 정기상여금 중 100%를 기본급으로 산입해 임금을 지급한다. C사 역시 무노조 사업장이다. 회사는 임금체계 변경을 전후해 취업규칙 변경 절차를 밟지 않았다.

문제는 이들 사업장이 정작 최저임금 인상을 피해 가는 꼼수를 쓰면서도 ‘기본급 인상’ 효과를 홍보하는 것에만 열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조가 없어 임금교섭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회사가 기본급 인상으로 잔업수당이 늘어났다고 주장하고, 이를 임금동결 핑계로 악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노조 관계자는 “이들 회사가 몇 년 사이 최저임금이 1만원이 이를 것을 감안해 임금체계 변경을 시도한 것으로 그때가 되면 노동자들의 상여금만 사라지는 것”이라며 “A사 노동자는 1인당 800만원 이상 임금손실을 입게 된다”고 우려했다.

노동계는 고용노동부에 관리·감독 강화를 요구했다. 문상흠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공인노무사는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경우 노사협의회를 내실화해 최저임금 회피 꼼수를 가려내고, 노동부는 협의회 위원이 법적 요건에 맞게 구성됐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협의회 구성요건이 안 되는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도 실태점검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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