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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원과 을의 연대, 그리고 노동조합

기사승인 2018.02.07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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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준영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 정준영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2017년 8월, 2018년 적용 최저임금 7천530원 고시 이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수언론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나라가 곧 망할 것처럼 보도를 이어 가고 있다. 대통령선거 당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던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도 이제 와서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대통령 후보 당시 2022년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는데, 최근 최저임금 비난 발언을 보면 진정성 없는 허언에 불과했던 것으로 보인다. 속도조절론에 몇몇 야당은 물론이고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도 동조하고 있으며, 청와대나 여당 내에서도 솔솔 나오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에는 재벌 대기업의 이윤독점과 쉬운 해고, 노동유연성 확대, 파견·기간제 비정규직 양산을 지지한, 아직 청산되지 않은 노동적폐다. 소득주도 성장과 노동중심 경제의 가치에 별 관심이 없다.

먼저 영세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받을 부담에 관해서는 반대측의 주장에 경청할 부분이 ‘조금’ 있기는 하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반대를 주장하는 보수언론과 정치권 목소리에 진정성은 전혀 없다. 이들은 영세 자영업자들의 오랜 숙원인 상가 임대료 폭등 문제, 대기업에 비해 현저히 불리한 카드수수료 체계 문제, 원·하청 불공정거래 문제, 프랜차이즈 등 가맹본사의 구매강요·통행세·폭리 문제에 방조하거나 침묵했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고충은 당장 최저임금 부담보다는 재벌 대기업이나 건물주에 비해 ‘을’의 입장에서 받는 다면적인 어려움에 초점을 맞춰 불합리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예를 들어 소상공인연합회가 최근 조사한 소상공인 현안에서 높은 표를 받은 것은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대기업 진출 제한), 소상공인 임대차 보호,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였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위기는 최저임금 인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을’끼리 싸움을 붙이려는 시도를 거부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금 노동조합의 의미가 강조돼야 한다. 노동조합은 근로조건을 지키고, 나아가 향상시키는 데 가장 유용한 수단이다. 상여금·식대 등 기본급화, 상여금 지급주기 월할 변경, 근로시간 축소 등 최저임금 인상 이후 최저임금법 위반만을 피하기 위한 각종 탈법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용자의 조직적 시도에 대해 노동자 개인이 저항하기는 어렵다. 노동자의 자주적 조직인 노동조합을 결성해야만 사용자와 대등하게 교섭해 근로조건을 지키고 만들어 갈 수 있다.

사업 단위마다 다른 경영사정을 고려해 임금수준을 결정할 수 있는 단체교섭의 유연성은 아무래도 최저임금 제도의 획일성보다 우월하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주력한 이유는 오랫동안 노동조합 조직률이 10%대에 정체된 상황에서 조직이 어려운 중소 사업장의 임금수준을 올리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인식에 있다고 보인다. 하지만 노동조합 조직률이 정체된 이유는 사용자의 공격으로부터 노동조합이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에 있다. 노동조합을 결성하면 어떤 식으로든 불이익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노조할 권리’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선행돼야 한다. 일례로, 노동조합을 만들자마자 하청계약 해지라는 방법으로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린 구미 아사히 비정규 노동자들의 사례를 보면 누가 노동조합을 만들 용기를 낼 수 있을까, 누가 노동자의 단결권과 파업권이 헌법상 기본권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노동 3권이 존중받고, 노동조합 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이 높아지고, 나아가 산업별·업종별·지역별로 노동자들을 대표할 수 있는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그에 대응하는 사용자단체 구성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등 다양한 교섭구조가 형성되고 (사용자들은 최저임금 업종별·지역별 차등적용을 주장하면서도 초기업 단위 교섭을 부정하지만) 그에 따라 임금을 자치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면, 노동자들이 굳이 최저임금위원들의 발언과 최저임금 고시만 바라볼 이유가 없다.

2018년 최저임금은 기존 인상률의 두 배인 16.4% 인상됐는데, 따져 보면 고작 1년 앞서갔을 뿐이다. 그런데 사회적 논의는 찬반으로 나뉘어 지나치게 과열돼 있다. 우리 경제가 최저임금을 사실상 기준임금·최고임금화하고 최말단 노동자들의 임금을 최대한 감축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재벌 대기업과 건물주의 이익독점 구조를 유지해 왔다는 방증이다. 최저임금 논쟁이 을들의 공생을 위한 공동행동, 그리고 ‘노조할 권리’ 의제로 진화하기를 희망한다.

정준영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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