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이 아우성이다. 17개 시·도 교육청 중 기간제 노동자 전환 심의를 종료한 교육청 전환율이 10% 미만에 불과하고, 전환 제외된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안정 대책도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학교 교문 앞에서 멈춰 섰다. 교육청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전환 제외가 결정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공공부문 전담감독관, 중앙·지방 합동 기동반을 운영하며 각 교육청에 가이드라인 준수를 권고하고 있지만 말 그대로 '권고'에 그치고 있는 수준이다.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가 해고 심의위원회가 됐다"는 학교비정규직들의 절규가 터져 나오는데도 원인을 점검하고 문제를 조율할 주체는 보이지 않는다. 주무부처인 노동부는 "학교 현장은 고용형태가 상당히 복잡하고 교육청마다 운영방식이 달라 우리가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지시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재점검하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살릴 특단의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는 이유다.

◇정부 가이드라인 안 지키는 교육청들=8일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이날 현재 전환 심의위원회 심의를 종료한 8개(경북·대구·울산·경기·인천·서울·부산·대전) 교육청의 평균 정규직 전환율은 9.3%에 불과하다. 대상자 5만4천742명 중 5천106명만이 전환됐다.

지난 5일 경기도교육청이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 방과후 업무보조인력(코디네이터) 250명에 대한 해고 결정을 1년 유예했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성지현 노조 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장은 이날부터 경기도교육청 본관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정부 관계자는 "방과후코디네이터는 시·도 교육청에서 몇 년 전 없어진 사업인데, 일선 학교들이 알음알음 채용해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당장 사업을 폐지하지 말고 1년 정도 사업을 유지하면서 방법을 찾아 보라고 경기도교육청에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노조 관계자는 "해고를 1년 유예한 것뿐"이라고 비판했다.

유독 교육현장에서 정규직 전환율이 낮은 배경에는 시·도 교육청들이 다양한 전환 제외 사유를 만들어 내면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가이드라인에서는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도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하도록 돼 있지만, 대부분 교육청에서는 8천명에 달하는 초등돌봄교실전담사·방과후코디네이터·배식지원 노동자·통학차량운전자 등 초단시간 노동자들을 전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전환 제외사유를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 권고에도 대부분 교육청에서 상시·지속업무를 하는 운동부지도사와 도서관연장실무사를 대상에서 빠뜨렸다. 심지어 도서관연장실무사는 정부가 전환 대상이라고 판단했는데도 경남·충남·강원·제주교육청은 일방적으로 전환 제외를 결정했다.

그런가 하면 가이드라인에서 전환 제외 대상자로 분류한 기간제 교사·강사직군인 초등스포츠강사·영어회화전문강사·유치원시간제기간제교원의 경우 교육부 전환 심의위원회가 교육청에 처우개선과 고용안정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지만 이 또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인 셈이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교육청들이 예산·인력에 부담이 안 가는 방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며 "정규직 전환 모범경쟁이 아니라 저쪽도 안되니까 우리도 할 수 없다는 식의 경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비정규직 정책 신뢰 추락 우려"=정부는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동부에 '공공부문 정규직화 추진단'을 설치해 기관별 이해관계 조정과 갈등 예방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부는 교육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난맥상을 바로잡기에는 힘이 부친다는 표정이다. 전국 교육청을 돌아다니며 책임자들을 만나 '어르고 달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류경희 노동부 공공노사정책관은 "학교 현장이 가장 복잡한 인력구조를 갖고 있다 보니 완벽하게 보호되지 않고 있다"며 "각 교육청을 돌며 담당자들에게 합리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추진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노광표 소장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TF를 노동부 장관이나 국무총리가 맡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선의로 시작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의 신뢰가 떨어지지 않도록 컨트롤타워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청와대와 주무부처들의 고충도 알겠지만 조금 더 세밀한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며 "김상곤 교육부총리가 나서 정부 가이드라인을 분명히 지키라는 의지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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