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문을 닫은 조선대학교 산학협력단 광주근로자건강센터를 보면 씁쓸한 느낌이 든다. 연초부터 청소노동자를 줄이고, 시간제 알바를 채용해 난리법석이던 대학가 풍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광주근로자건강센터는 지난해 7월 건강관리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받은 지 6개월여 만에 사업을 중단한 사례다. 당시 센터는 직업병의 사각지대에 처한 버스·택시 노동자를 대상으로 예방사업을 펼쳐 호평을 받았다. 사업 중단으로 센터 소속 직원들은 엄동설한에 거리로 내쫓기게 됐다.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까지 나서 격려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런 악순환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산업안전보건법 61조에 따르면 노동부 장관은 산업재해 예방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있다. 여기에는 ‘근로자 건강을 유지·증진하기 위한 시설’도 포함한다. 2011년 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 시범사업을 했던 근로자건강관리는 이후 노동부 고유사업으로 넘어왔다. 사업 재원은 산업재해예방기금에서 나오며, 안전보건공단은 사업관리·점검을 담당한다. 현재 근로자건강관리센터는 전국 21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원·하청 관계를 중심으로 보면 노동부는 원청기관, 안전보건공단은 위탁관리기관, 조선대 산학협력단은 수탁기관이다.

발단은 조선대 산학협력단이 근속 2년 이상 직원의 계약연장을 거부하면서 비롯됐다.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소속 직원은 적게는 2년 이상, 많게는 7년 가까이 일한 계약직 노동자다. 이들 노동자는 그간 계약기간 만료 후 묵시적으로 근무기간을 연장받았지만 이번엔 좌절됐다. 조선대 법인이 최근 이런 관행에 제동을 건 탓이다. 조선대 법인은 2년 이상 일한 기간제 노동자의 계속고용(무기계약) 승인을 거부했다. 결국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직원 10명 가운데 7명이 재계약을 하지 못했고, 센터는 결국 사업을 중단했다. 센터는 지난해 12월 안전보건공단 평가를 거쳐 3년 동안 수탁기간을 연장받았다.

사태를 들여다보면 조선대 법인과 산학협력단의 조치는 옹졸한 처사일 수밖에 없다. 근로자건강센터 사업 취지는 좋지만 계약직 직원의 계속고용 부담은 질 수 없다는 의사표시이기 때문이다. 조선대 법인 행태는 수익성만 쫓는 기업들 뺨칠 정도다. 7명의 센터 직원들은 2년에서 7년까지 일했다고 한다.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 따르면 이들은 기간이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됐을 법도 하다. 법적 다툼 여지도 있다. 그럼에도 조선대 법인과 산학협력단이 뒤늦게 계약연장 거부에 나선 저의가 의심스럽다.

사태를 지켜보는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의 태도도 이해할 수 없다. 따지고 보면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사업 중단에 따른 최종 책임은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에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건강관리시설의 설치·운영 주체로 노동부 장관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근로자건강관리센터는 안전·보건관리자를 둘 의무가 없는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런데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대학 산학협력단, 병·의원, 간호협회 등 21곳에 건강관리사업을 위탁하고 있다. 민간 대기업이 하청업체에 위험을 외주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부마저 취약 노동자 건강관리사업을 외주화한 셈이다.

게다가 대다수 소속 직원은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기간제다. 간호협회·병의원 일부에선 담당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기는 하다. 이처럼 국가가 민간 건강관리센터에 영세사업장 노동자 건강관리를 맡기는 구조다 보니 언제든 사업의 안정성을 염려할 수밖에 없다.

2016년 말 현재 50인 미만 사업장의 산재 사망사고는 전체의 72%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50인 미만 사업장 산재사고와 전체 산재 사망사고율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차제에 영세사업장 노동자의 건강관리사업을 국가가 직접 책임지는 구조로 바꾸면 어떨까. 안전보건공단을 중심으로 그런 방안을 검토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렇다면 공론화해야 한다.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정상화는 물론 영세사업장 건강관리사업 안정성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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