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전경.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박정미(40·가명)씨는 지난해 7월14일 경기도 하남시 공공도서관에서 기간제 노동자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박씨를 포함해 서류전형과 면접을 통과해 최종 합격한 6명은 같은달 24~28일 계약서를 작성했다. 며칠 뒤인 8월1일부터 근무를 시작했다.

이들이 채용절차를 밟는 동안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정규직 전환 심의 결과 해당 업무는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됐다. 그런데 정부가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같은해 7월20일 당시 재직자로 전환 대상자를 한정하면서 6명은 전환 대상에서 탈락했다. 이들은 11개월 계약 종료일인 올해 6월 말 직장을 떠나야 한다.

“운 좋으면 정규직, 운 나쁘면 해고”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탈락한 기간제 노동자들은 19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탄원서를 보냈다. 이들은 “로또식 정규직 전환이냐”며 “운이 좋은 사람은 며칠 차이로 정규직이 되고 운 나쁜 사람은 최저임금을 받다가 쫓겨나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박씨는 “지난해 12월 담당 주무관으로부터 7월20일 이후 입사자는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같은 조건으로 면접을 보고 들어와 같은 일을 하는 동료는 무기계약으로 전환됐는데 입사일이 한 달도 차이 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박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도서관에 위화감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올해 1월부터 정규직 전환자와 탈락자 간 처우차이가 커졌다. 전환된 이들에게만 복지포인트와 가족수당·교통비·식대·명절수당이 지급됐다. 탈락자들은 지난달 하남시장 면담에서 이 같은 내용을 전달했지만 “정부 지침대로 한 것이라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노동부 한발 늦은 대응

노동부의 뒤늦은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기간제 노동자들은 “정부 가이드라인이 나온 뒤 기존 근무자들을 자르고 우리를 채용한 이유는 기존 근무자의 계약을 연장하라는 공문이 한참 지나서야 내려왔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공공도서관들은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11개월 쪼개기 계약을 체결한다. 도서관측은 관행대로 11개월 계약이 만료된 기존 노동자를 해고하고 새로운 기간제 노동자로 빈자리를 채웠다. 지난해 7월20일 가이드라인이 발표되고 노동부는 같은해 8월10일 계약기간 만료 도래자에 대한 조치요령 공문을 시행했다. 노동부는 공문에서 “계약만료 기간제 근로자가 근무기간 2년이 되지 않은 경우에는 2년 범위에서 계약기간을 잠정 연장하고 이후 전환 심의위원회의 최종 결정에 따르라”고 통보했다.

“계약 시일 차이로 탈락한 노동자 구제해야”

강동화 민주일반연맹 사무처장은 “공공도서관뿐만 아니라 그간 관행적으로 8~11개월 쪼개기 계약을 한 공공기관이 적지 않다”며 “전환심의위 결과가 나오기 전에 계약만료를 이유로 기간제 노동자들을 자르는 일이 전국 곳곳에서 발생했다”고 말했다. 강 사무처장은 “공무원들이 업무를 안일하게 처리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아무리 얘기해도 정부 정책을 집행하는 현장에서는 움직이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정부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또다시 기간제 노동자를 채용한 것은 기관에 귀책사유가 있다”며 “탈락한 당사자들에게 잘못이 있는 게 아니라 단지 계약 시일에 차이가 나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의 정규직 전환을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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