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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법률구조공단노조 파업

기사승인 2018.02.22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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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언젠가부터 시민들에게 꽤나 익숙해졌다. 외환위기 이후로 많은 이들이 법률적 어려움에 처했지만 의지할 곳이 없었다. 지금은 좀 덜하지만, 당시 변호사를 사용하기에는 문턱이 너무나 높았다. 정부와 법원이 나서서 법률구조공단 구조사업의 틀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확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파산과 회생신청부터 임금청구까지, 적지 않은 노동자들도 법률구조공단을 이용하고 있다.

법률구조공단, 글자 그대로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법을 몰라 법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시민들을 위한 조직’이다. 법률구조법에 근거한 법률복지기관이다. 그런데 솔직히 이 조직을 우리는 잘 몰랐다. 전국적으로 21개의 본부·지부·센터를 두고 있고, 일반직을 중심으로 한 550여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대한법률구조공단노조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21일 정오 법률구조공단노조가 파업 출정식을 가졌다. 법률구조공단이 설립된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출정식에는 550여 조합원 중 무려 420여명이 참석했다. 사실상 모든 조합원들이 파업에 나선 것이다. 무엇이 이들을 파업에 나서게 한 것일까.

노동조합 요구의 핵심은 ‘불합리한 차별 철폐’였다. 법률구조공단은 크게 법률구조를 대리하는 변호사와 실무를 담당하는 조합원들로 구분된다. 확인된 사실은 그동안 변호사 직군에 비해 성과급과 보직에서 조합원들이 턱없이 불합리한 차별을 받아 왔다는 것이다. 성과급은 지난해만 해도 변호사 직군이 6배 많았다. 일반사무직 상급자를 오로지 변호사에게만 맡겼다.

이 지면에서 이런 제도가 합법인지, 합리적인지 여부를 일일이 따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다만 노조는 “아무리 봐도 차별이니, 차별을 바로잡아 달라”고 요구했다.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정당한 요구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사용자는 그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협상을 피했다. 오히려 노조에서 예고한 21일 파업이 불법이라며 대구지법 김천지원에 ‘쟁의행위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내가 법을 가장 잘 안다’는 자만의 표현이 아니겠는가. 이른바 같은 법조인으로서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러울 따름이다. 법을 가장 잘 안다면 굳이 법원으로 갈 필요가 있었겠는가. 그리고 법원에서도 확인됐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은 노동자의 기본권을 전혀 몰랐다.

비록 하급심이긴 하지만 김천지원은 가처분을 기각하면서 쟁의행위와 관련해 상당히 의미 있는 내용을 판시하고 있어 일부 소개한다. 김천지원은 "사용자의 노동조합 등을 상대로 하는 쟁의행위의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의 필요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고도의 신중함을 요구한다"는 기존 법리를 확인했다. "쟁의행위 중 사용자의 업무나 시설, 사용자 대표자 등의 인격권 등에 대한 일부 손해가 발생하거나 또는 그러한 우려가 예상되는 것만으로는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를 제한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노조의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른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 확대 요구가 노동조건 개선에 해당하는지, 그렇기 때문에 쟁의행위의 목적이 될 수 있는지에 관한 판단도 있었다. 최근까지 전임자에 관한 규정은 노조 운영 및 활동에 관한 것으로 노동조건과 무관하다는 주장이 더 많은 지지를 얻어 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천지원은 “근로시간면제 한도가 확대됨으로써 조합원을 비롯한 전체 직원들의 근로조건 유지·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각종 업무의 범위와 규모가 확대된다는 점에서 채권자 직원들의 근로조건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용자의 과신에 다소 불안했던 노조는 법원의 기각 결정으로 쟁의행위에 합법적으로 돌입했다.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재판부 의지와 노동관계법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에 경의를 표한다.

법률구조공단노조 파업이 여타 제조업 사업장에 비해 크게 다가오는 이유는 아마도 ‘법률’구조공단인 만큼 법률과 헌법에 따라 적법하게 운영되리라는 믿음이 무너진 까닭일 게다. 가장 공정해야 할 조직이지만 그 내부에는 오랜 기간 구성원인 노동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결국에는 효율적인 운영을 가로막는 차별이 쌓여 왔기 때문이다. 마치 가장 아름다워야 할 문화계에서 가장 추한 밑바닥이 드러나고 있는 최근 우리 사회 현상과 다르지 않다. 모든 부조리가 그러하듯, 드러내고 신속히 치유해야 하지 않겠나. 구조공단도 그 시작에 섰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김형동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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