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성동조선해양 법정관리와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결정으로 경남 통영과 전북 군산에서 일자리 대란이 우려된다. 정부가 이들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 노동자와 실업자 지원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미 실효성 논란에 휩싸인 조선업 고용지원대책을 재탕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발등에 불 떨어졌는데, 단기 대책만

정부는 지난 8일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성동조선해양 노동자와 250개 협력업체 노동자, 한국지엠 군산공장 노동자와 145개 협력업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1단계 신속지원대책을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자들의 전직과 재취업 지원대책을 세웠다. 재직자와 실직자 맞춤형 재취업 지원을 강화하고 직업훈련 지원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대책에 따라 경남지역 조선업 노동자를 중점 지원하는 거제조선업희망센터와 군산 전담팀을 신설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재직자·실직자에게 재취업 통합서비스와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소득요건을 완화해 '상담→취업훈련→알선'으로 이어지는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내일배움카드제 훈련 참여시 훈련비 자부담 비율을 낮추고, 자치단체 일자리사업을 지원한다.

정부가 2016년 6월30일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마련한 조선업 고용지원대책 내용 그대로다. 지원 대상에 군산 한국지엠 노동자와 협력업체 노동자를 추가한 정도다.

문제는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원사업이 예산을 투입한 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데 있다. 조선업 고용지원대책 중에서도 조선업희망센터를 중심으로 한 전직·재취업 지원사업은 실직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나왔다. 정부는 울산·거제·창원·목포에 각각 조선업희망센터를 만들어 '구조조정 지원 종합센터' 역할을 부여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노동부가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8월 기준 조선업 실직자 취업성공패키지Ⅱ 참여실적은 형편없다. 취성패 참여자는 702명에 불과했고, 이들 중 취업에 성공한 인원은 248명에 그쳤다. 39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지원한 사업 결과다.

해외취업지원사업은 단 1명의 취업자를 배출했다. 울산·목포·거제 조선업희망센터가 5회에 걸쳐 개최한 대규모 취업박람회는 2천918명이 참여해 229명을 취업시키는 데 그쳤다. 취업성공률이 8%에 머물렀다.

조선업희망센터가 제공하는 교육훈련 프로그램도 실업자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각 지역 조선업희망센터는 IT·기술 교육뿐만 아니라 요리·제과제빵·미용·바리스타·섬유공예 같은 서비스 분야 훈련과정을 비중 있게 제공하고 있다. 조선업으로 잔뼈가 굵은 노동자들에게 생뚱맞은 교육이다.

김태정 금속노조 정책국장은 "수십 년 동안 땜질만 하던 용접공들한테 바리스타·파티시에·미용 교육을 받으라는 것은 말이 안 되고, 교육을 받는다고 해도 지역경제가 다 죽어서 재취업할 수도 없다"며 "한가한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김 국장은 "노동자들이 갈 만한 일자리를 만들어 놓고 최저임금 수준은 보장해 주면서 (노동자들이) 버티도록 지원해 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창민 전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은 "당장 생계가 급한데 용접공들이 교육을 받고 다른 업종에 재취업할 여건이 되겠냐"며 "울산 동구에서도 조선소 실업자들이 일용직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많이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김혜진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정부 고용지원대책은 조선산업과 자동차산업 전망과 연동해 거시적인 관점에서 마련돼야 하는데, 이번에 발표한 대책도 기존에 하던 취업지원·직업훈련 같은 실적위주 단기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산업-고용 대책, 노사정 함께 논의하자"

정부는 1단계 신속지원대책 발표 후 해당 지역 의견을 수렴해 직접 대상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2단계 대책을 내놓겠다는 계획이지만 의견수렴 경로를 어떻게 밟을지는 밝히지 않았다.

노동부 관계자는 "지역별 2단계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며 "군산은 지엠과 정부 간 협상, 구조조정 진행사항에 따라 지원내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고용지원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단계 대책을 세울 때 훈련기간 중 생계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을 포함해 노동자 필요에 맞게 내용을 보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혜진 상임활동가는 "정부는 성동조선해양과 한국지엠 군산공장 문제를 지역사회·노동자와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함께 논의하는 속에서 취업지원과 교육훈련을 어떻게 할지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종식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조선소에서 수십 년간 일한 노동자들의 경력이나 숙련을 살리려는 일자리대책 고민이 없는 게 아쉽다"고 밝혔다. 박 전문연구원은 "산업적 차원의 대책뿐만 아니라 일자리대책을 노사정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노조도 구체적인 요구안을 가지고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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