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동네 개도 만 원짜리 물고 다녔다던 언젠가의 도시 전설은 이제 괴담의 양념이 됐다. 동네 꼬마들도 법정관리며 구조조정을 말한다. 어른들은 입에 거품을 물고 다닌다. 문 닫은 배 공장 앞 불 꺼진 식당 출입문 앞에 급전 일수 명함이 쌓인다. 잔뜩 웅크린 길고양이가 제자리인 양 거기서 껌뻑껌뻑 졸고 앉았다. 그 앞 북적이던 정형외과 의원 대기실이 한가롭다. 삐뚤게 내려앉은 호프집 간판이 바람에 삐걱거렸다. 짠내 품은 봄바람이 억셌다. 어김없이 선거철, 희망찬 미래는 여기저기 나붙은 정치인 현수막에 담겼다. 조선업 살리겠다던 오랜 약속은 지금껏 부도어음에 그쳤다. 다 죽겠다고 상인들이 시위에 나섰다. 노동자들은 상경시위에 나섰다. 일손 놓을 일도 없었다. 도크는 텅 비었다. 지역경제 떠받치던 조선소가 위태롭다. 배 떠받치던 핀 지그가 어느 무명용사의 묘비처럼 솟았다. 소금기 품은 바닷바람에 녹슬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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