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열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조합원

한국지엠 사태 이후 벌써 노동자 2명이 죽음을 선택했다. 지난 7일 이아무개(부평 조립2공장)씨가 희망퇴직을 신청한 후 집 근처 공원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최근 폐쇄를 결정한 군산공장 고아무개(군산 조립부)씨 역시 24일 집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또 다른 노동자 김아무개(부평 조립1공장)씨는 10일째 행방불명 상태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 돌이켜 보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당시 29명의 노동자와 가족이 죽음을 선택해 사회적인 충격을 준 사건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제너럴 모터스(GM)가 구조조정 일환으로 ‘희망퇴직’을 강행한 후 한국지엠 노동자 2천500여명이 사표를 쓰고 4월1일부로 회사를 떠난다. 회사 경영위기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한 셈이다. 죽음을 선택한 2명과 행방불명 노동자도 희망퇴직을 선택한 당사자다. 짧게는 22년, 길게는 30여년 동안 불철주야 일만 하던 노동자들이다. 그들의 선택 이후 충격은 오롯이 가족들 몫이 됐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심지어 그저 개인 질병 정도로 치부하고 ‘자살’로 바라본다.

대부분의 자살은 본인 유서에 기초해 원인을 결정한다. 그러나 최근 죽음을 선택한 한국지엠 노동자들은 유서도 남기지 않았다. 추측만 난무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 노동자들이나 한국지엠 노동자들 처지를 보면 원인은 명확하다. 극심한 스트레스, 그로 인한 우울증 등이 극단의 선택을 하게 한다는 점에서 노동자 2명의 죽음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다.

잘나가던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일주일에 2~3일 근무하기를 4년여 지속했다. 결국 아무런 대책 없이 폐쇄를 결정하는 현실 앞에 강한 자는 없다. 더구나 자택으로 희망퇴직서를 동봉해 배달하는 잔인함은 노동자들을 벼랑으로 내몰기에 충분했다. ‘미래가 없는 공장’ 만들기와 “5월1일부터 임금지급은 없다”는 통보가 2천500여명에게서 희망퇴직 결정을 이끌어 냈다.

이런 처지에 퇴직 결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꽃다운 청춘에 입사해 컨베이어에 몸을 싣고 기계처럼 일만 하던 노동자들이 컨베이어가 멈추면서 기계 부품처럼 버려졌다. 공장에서 볼트만 조이던 노동자들이 밖에 나가서 무엇을 해야 할지도 막막한 현실이다. 이런 냉혹한 현실은 그들을 극단의 선택으로 내몰았다.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이처럼 고난의 길이라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잇따른 노동자들의 죽음은 이른바 ‘헬조선’을 떠올리게 한다. 컨베이어에 실려 기계처럼 볼트만 조이던 노동자들이 왜 경영악화 책임까지 짊어져야 하는가.

최근 죽음을 선택한 노동자들의 고민이 무엇인지는 유서를 통해 검증할 것이 아니다. 쓰다가 버려지는 기계 부품처럼 취급되는 노동자들의 현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보수언론에 의해 부풀려진 ‘고액연봉자’ 혹은 ‘귀족노동자’로 분류되지만 노동자들의 실제 급여와 삶은 그렇지 않다. 장시간 노동에 건강은 악화되고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와 고용 문제는 그들을 벼랑으로 내몰았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부와 기업이 반성하고 대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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