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10월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에 관한 법률 제정계획을 밝혔다. 노동법 사각지대에 방치된 이들을 공식화해 보호받게 하고, 이용자들에게는 질 좋은 가사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가사도우미·식모·파출부·보모로 불리는 가사노동자들은 적게는 25만명에서 많게는 50만명으로 추산된다.

국회에는 정부안을 포함해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3개 법안이 계류돼 있다. 모두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이 가사노동자를 직접고용하고, 기관과 이용계약을 맺은 각 가정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올해 상반기 안에 가사근로자법을 만들어야 한다. 쟁점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이 고용하지 않은 가사노동자들에게 노동관계법을 적용할지 여부다.

정부안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이 고용한 노동자들에게만 근로기준법 등을 적용한다. 종전처럼 유료직업소개소나 지인을 통해 취업한 노동자들은 노동관계법 적용에서 제외된다. 서형수·이정미 의원안은 별도 규정이 없다.

노동부 “서비스기관이 고용한 노동자만 노동법 적용”

지난달 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법안심사소위)가 주최한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에 관한 법률안’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도 개인이 고용한 가사노동자 노동관계법 적용 여부로 쟁점이 모아졌다. 가사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최저임금법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가사근로자법을 제정하더라도 노동관계법 조항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둘 계획이다. 쉽게 말해 가사근로자법에 근거해 설립된 가사서비스 제공기관 노동자들만 노동법 보호를 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가사노동 공식화를 유도하겠다는 의도인데, 개인이 직접고용한 가사노동자까지 근로기준법 같은 노동관계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반면 정부안이 같은 일을 하는 가사노동자들을 차별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불합리한 차별” vs “특수성 고려”

공청회에 진술인 자격으로 참석한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모든 근로에 노동법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고 가장 간단한 방법이지만 고용형태 특수성이나 노동시장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사노동자를 직접고용한 가정이나 개인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 모든 가사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것은 개인 사생활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이승길 교수는 “제한적이지만 노동관계법 적용범위를 명확히 해서 가사근로자와 관련한 모범적 모델을 창출한 뒤 점차 확대하려는 것이 정부 입법취지”라며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가사근로자 양성화가 필요한 시기인 만큼 차선책을 시행한 뒤 제도를 점검하면 된다”고 말했다.

조성혜 동국대 교수(법학)는 이와 관련해 “정부안은 차별”이라고 못 박았다. 조 교수는 “같은 가사노동에 종사하는데도 한쪽은 노동법 적용을 배제하고 다른 근로자들에게는 법의 보호를 받도록 하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라며 “비공식 가사근로자를 가사근로자법에 의한 3자 계약으로 유도하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나 차별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모든 가사근로자들에게 노동법을 적용한다고 해서 가사노동이 법의 틀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며 “비공식 가사근로 문제를 해소하기에 부족하다”고 말했다. 비공식 가사노동을 선호하는 가정이나 가사노동자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법을 적용한다고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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