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바노조 자료사진

단시간 노동자는 법정노동시간인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연장노동을 하더라도 통상임금의 50%를 가산임금으로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과 고용노동부 ‘단시간근로자의 초과근로 관련 지침’에 이런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사업장에 동종업무를 하는 비교대상 통상노동자가 없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소정노동시간이 법정노동시간보다 현저히 짧더라도 단시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소정노동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에 대한 가산임금도 받을 수 없다. 소정노동시간에 발생하는 실노동시간 초과노동도 마찬가지다. 단시간 노동자 초과노동를 보호하고 이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기 위해 마련된 지침 여기저기에 허점이 존재한다.

◇똑같은 단시간 노동자라도 비교대상 없으면 초과수당 못 받아=2일 정의당 비정규 노동 상담창구 ‘비상구’와 노동계에 따르면 단시간 노동자의 법정노동시간 내 초과노동 가산임금 지급을 위해 마련한 정부 지침에 허점이 수두룩하다.

정부는 단시간 노동자가 소정노동시간을 짧게 한 후 가산임금 지급 없이 상시적인 초과노동을 강요받는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2014년 9월 ‘단시간근로자의 초과근로 관련 지침’을 마련했다. 근로기준법은 법정노동시간 1주 40시간을 초과해 연장노동을 하면 가산임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시간 노동자가 소정노동시간을 짧게 한 뒤 가산임금 지급 없이 상시적인 초과노동을 강요받은 배경이다.

근기법은 단시간 노동자를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그 사업장에서 같은 종류의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근로자의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에 비해 짧은 근로자”로 정의한다. 지침은 해당 사업장에 비교대상 통상노동자의 존재를 전제로, 법정노동시간 내 소정노동시간 초과노동에 대한 가산임금 지급을 명시했다. 비교대상 통상노동자가 없으면 1주 동안 소정노동시간이 법정노동시간보다 짧더라도 단시간 노동자가 없는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1주 20시간을 소정노동시간으로 일하는 노동자 A와 B가 있다. A는 비교대상 통상노동자가 있다. B는 없다. A는 1주 20시간 소정노동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시간에 대해 50% 가산임금을 받을 수 있지만 B는 받지 못한다. 사업장에 같은 업무를 하는 통상노동자가 없으면 단시간 노동을 해도 단시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희한한 사례가 발생한다. 통상노동자가 있더라도 같은 종류의 업무를 하지 않으면 단시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실노동시간 초과노동 어떻게 인정받나=노동부 지침은 단시간 노동자의 법정노동시간 내 초과노동에 대한 가산임금 지급을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실노동시간이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소정노동시간보다 적으면 실노동시간 초과노동에 대한 가산임금을 받을 수 없다. 지침은 이와 관련해 “근로계약시 명시적으로 정한 소정근로시간 범위 내 근로에 대해서는 초과근로시 가산임금 지급의 회피 목적에 관계없이 원칙적으로 가산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피자헛에서 일하는 C씨는 “1일 8시간, 1주 40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직원별 세부 소정노동시간은 매장 주간스케줄에 따른다”는 내용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주간스케줄에 따라 C씨의 소정노동일과 소정노동시간은 매주 또는 매일 변경됐다. 회사는 주간스케줄에 명시된 노동시간보다 더 일하거나 적게 일하는 경우 별도 동의서를 작성했다. 이를 소정노동시간으로 보고 연장근로수당이나 휴업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노동부는 2013년 행정해석에서 “노사 양 당사자가 근로계약으로 1주의 소정노동시간을 정했더라도 노사가 서면 또는 구두로 합의해 1주 또는 1일 소정노동시간을 변경했다면 이를 소정노동시간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최강연 공인노무사(정의당 비상구)는 “근로계약서상 소정노동시간과 별도로 주간스케줄에 따라 실노동시간을 정하면 연장노동을 하고도 가산임금을 받지 못한다”며 “때로는 주 15시간(초단시간 노동자) 미만 노동이 발생해 주휴수당·연차수당이 미지급되는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최 노무사는 “노동부는 노사가 합의로 소정노동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고 했지만 단시간 노동자에게 이는 강제합의에 불과하다”며 “노동부가 행정해석으로 고무줄 노동시간을 용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ILO는 동종기업까지 통상노동자 비교범위 확대=국제노동기구(ILO)는 단시간 노동에 관한 협약에서 단시간 노동자를 “정상적인 노동시간이 비교가능한 통상노동자의 노동시간보다 적은 노동자”라고 정의하며 비교가능한 통상노동자 범위에 “동종사업장에 비교되는 통상노동자가 없는 경우에는 동종기업에, 동종기업에 비교되는 통상노동자가 없다면 동종업종에 종사하는 통상노동자”로 대상범위를 확대했다.

올해 1월 한국노동연구원이 펴낸 <비정규직 대책의 현황과 과제>에서 ‘단시간 근로자에 대한 법적 쟁점’을 연구한 박은정 인제대 교수(법학)와 박귀천 이화여대 교수(법학)는 “단시간 노동자 비교대상 노동자로서 통상노동자의 존재는 단시간 노동자임을 이유로 하는 차별시정 제도와도 문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기간제법에 따라 사용자는 단시간 노동자임을 이유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노동자와 비교해 차별적 처우를 해서는 안 되지만, 통상노동자를 발견할 수 없는 경우 (노동자들은) 차별적 처우 주장을 할 수 없다”며 “비교대상 노동자인 통상노동자 개념을 밝히고 통상노동자가 없을 경우 비교대상자를 찾는 것에 대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강연 노무사는 “단시간 노동자를 상대적 개념으로 정의하며 비교대상 노동자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를 상정하지 않은 것은 입법 불비”라며 “통상노동자가 존재하지 않거나 확인할 수 없다면 사실상 기간제법상 초과노동 가산규정과 통상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 시정제도 적용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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