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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주 전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장의 고공농성이 200일을 넘기면서 택시노동자의 야간·장시간 노동 문제가 재조명되고 있다. 노동계는 “택시노동자 10명 중 7명이 주당 60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며 “과로 사고·졸음운전으로 이어져 승객 안전에도 위협이 되는 만큼 노동조건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택시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할 방법은 무엇일까. 노동계·전문가들은 사납금제 폐지를 꼽는다. 2일 오후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안전한 택시는 불가능한가’ 토론회에서 제시된 해법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토론회는 공공운수노조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주최했다.

“최저임금 올라도 혜택 못 받는 택시노동자”

조광복 공인노무사(청주노동인권센터)는 “택시노동자들의 야간·장시간 노동은 도급제와 운송수입금 관리시스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택시노동자는 운송수입금에서 일정 사납금을 낸 뒤 이에 상응하는 기본급을 받고 초과금은 갖는 사납금제와 운송수입금 전액을 회사에 납입하고 고정급과 성과급을 받는 전액관리제를 적용받는다. 사납금제는 1997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 개정으로 폐지됐지만, 택시 사업주들은 매일 받는 ‘사납금’을 매월 ‘기준금’으로 이름만 바꿔 받는 식으로 사납금제를 유지하고 있다. 택시노동자들은 하루 14만~17만원의 사납금을 채워 넣기 위해 10시간 넘는 노동시간을 감내하고 있다.

소정근로시간과 실제 노동시간 괴리도 노동자를 괴롭히는 요소다. 노동자들은 10시간을 일해도 회사에서 받는 기본급(고정급)은 계약서에 정해진 4시간 혹은 2시간의 소정근로시간에 따라 받는다. 조광복 노무사는 “해마다 소정근로시간은 짧아졌다”며 “1일 8시간에서 7시20분으로, 다시 6시간으로 줄더니 최근에는 2시간으로 단축한 지역도 있다”고 말했다.

조 노무사는 “당연히 임금을 소정근로시간에 맞춰 지급하므로 최저임금이 오른다 한들 택시노동자들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며 “심지어 사납금을 채우지 못하면 기본급에서 공제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납금제는 본질적으로 운송사업자가 안아야 할 경영상 부담 내지 위험을 택시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전액관리제 강제할 처벌규정 마련해야"

전액관리제를 현실화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97년 폐지된 사납금제가 살아남은 이유는 법적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2006년 대법원은 “일정 금액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해 수납하는 행위가 법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 조광복 노무사에 따르면 2014년 전국 359개 회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액관리제를 시행하는 회사는 11.2%에 그쳤다.

이삼형 노조 택시지부 정책위원장은 “여객자동차법 관련 조항에 ‘세부 시행은 시행령이나 택시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 시행요령에 따른다’는 조항을 넣어 전액관리제를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97년 고용노동부가 근로기준법 43조 관련 질의회시를 확대해석한 것이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택시 현장에서 지침처럼 사용되고 있다”며 “이 같은 질의회시를 폐기하거나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질의회시는 “택시회사의 운송수입금 미달분에 대한 임금공제는 택시업계의 특수한 근무형태가 고려된 임금정산 형태로 일반적으로 관례화돼 있다. 개별 근로자와 이미 임금공제에 대한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근기법이 정한 임금 전액 지불원칙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는 내용이다.

권두섭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전액관리제 일환으로 소정근로시간을 늘리고, 그 시간 외 나머지 수입을 사용자와 노동자가 일정부분 나눠 갖는 ‘가감누진형 성과수당식 월급제’를 법령으로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준상 국토교통부 택시산업팀장은 “정부가 민간서비스 분야 임금배분 방식에 개입하는 것이 적절한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월급을 어떤 방식으로 줄 것인가에 대해 노사 간 합의된 것은 정부가 함부로 개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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