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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넘게 일손 놓은 탠디 제화공들] “한 켤레 판매가는 30만원인데 공임은 8년째 7천원”

기사승인 2018.04.16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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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사업자 신분, 본사 근로자 판결 뒤 하청업체 전환 … “제화공 처우 개선됐으면”

   
▲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

“탠디 엄청 비싸잖아요. 그런데 제화공들에겐 한 족당 1만원도 안 돌아온다니까요. 제화공들 피 빨아먹는 거죠.”

제화공 김용일(48)씨가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국내 유명 수제화브랜드 탠디 하청업체에서 일한다. 탠디 하청업체는 20여곳이다. 이 중 서울시 관악구 일대에 있는 5개 업체 제화공 100여명이 “공임(인건비)을 인상하고 특수공임을 다시 지급하라”고 요구하며 15일로 열이틀째 일손을 놓고 있다. 하청업체 제화공 퇴직금 지급과 직접고용도 요구사항이다.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지부장 정기만) 조합원인 이들은 매일 서울 관악구 탠디 본사 앞에서 집회를 한다. 이들은 가죽을 자르고 재봉질해 신발 윗부분을 제작하는 ‘갑피’ 작업과 신발 밑창을 만드는 ‘저부’작업을 담당하는 제화공들이다.

30년 이상 기술자, 개인사업자 늪에서 '허우적'

지부 설명을 종합하면 제화시장은 유명 브랜드업체 이익은 늘어나지만 제화공 인건비는 억제되는 기형적인 구조다. 공임만 봐도 그렇다. 지부에 따르면 제화공들이 만든 수제구두는 대개 15만~30만원 안팎으로 팔린다. 반면 탠디 하청업체 저부(밑창) 제작 담당 제화공들이 신발 한 족을 만들고 받는 공임은 8년째 6천500원이다. 고가제품은 한 족당 7천원을 받는다.

판매가 30만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대부분 30년 이상 경력 기술자인 저부 제화공의 공임은 판매가의 2.3%에 불과한 것이다. 하청업체 갑피 제화공 공임은 더 적다. 저가제품은 5천300원을, 고가제품은 6천300원을 받는다. 공임이 8년째 동결된 가운데 특수공임은 몇 해 전부터 사라져 버렸다. 특수공임은 까다로운 디자인에 부과되는 공임을 말한다. 예전에는 3개 종류에 각 1천원씩 지급됐다.

지부는 “최소한 우리가 일한 만큼의 정당한 공임을 받고 좋은 제품을 만들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신발 한 족당 공임을 2천원 인상하라”고 요구했다.

“제화공 인건비는 동결, 업체 이득만 늘어나”

제화공들이 개인사업자 신분인 것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 탠디는 제화공을 2000년 2월 일괄 개인사업자로 등록하도록 했다. 노동자들은 개인사업자 등록 전과 같은 시스템으로 일했다. 하지만 퇴직금이 사라졌고 회사가 내던 세금 일부를 제화공들이 떠안았다.

법원이 2016년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탠디 본사 제화공 9명을 근로자로 보고 회사에 “미지급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하청업체 제화공들은 아직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탠디는 최근 본사 제화공 일부를 하청업체 소속으로 전환했다. 지부는 “퇴직금·임금 부담을 덜기 위한 회사의 꼼수”라고 비판했다. 제화공들이 제작거부에 나선 5개 업체 중 2곳은 각각 1개월, 7개월 전에 본사 제화공들을 하청업체 소속으로 전환하기 위해 새로 계약한 업체다.

30년 넘게 신발을 지은 박완규(48)씨는 “업체 수익 증가에 따른 세금 부담을 제화공에게 전가시키려고 하청업체 소속으로 전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판매가 대비 공임이 높았는데, 작업이 조금씩 기계화되면서 물량이 확대되고 공임이 대폭 떨어졌다”며 “수제화 브랜드가 백화점에 입점하면서 발생하는 수수료 부담을 메우기 위해 노동자들을 쥐어짜고 자본은 이익을 확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제화 수요까지 줄어들면서 제화공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며 “탠디는 제화공 노동자 지위를 회복시키고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루 16시간 노동 … “내가 뭐하고 있나 싶어요”

제화공들의 과도한 노동시간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개인사업자라서 노동시간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도 제어할 방법이 없다. 노동시간은 물량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났다가 줄어들기를 반복한다. 특히 1년에 4개월 정도인 성수기 때면 1인당 하루 25족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하루 15~16시간씩 일해야 한다. 임금은 평소보다 높아지지만 노동시간을 따지면 시급 1만원 안팎에 그친다.

박완규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일반 사회인들이 우리 일하는 걸 보면 기절할 거예요. 점심시간은 채 5분도 안 돼요. 근무시간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물량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죽어라 일하는 거죠.”

김용일씨는 “평일도 힘든데 토요일까지 물량이 내려올 때가 있다”며 “주말만이라도 아이들과 외식을 하고 영화도 보고 싶은데,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 싶을 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지부는 “한 족당 공임을 높이고 적정한 물량을 처리할 수 있도록 노동과정과 노동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납품단가 낮춘 원청, 책임지고 직접고용하라”

제화공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10~12일 원청에 이어 하청업체 관리자들을 만났다. 지부는 “원청 관리자들은 ‘하청업체와 논의해 보겠다’며 사실상 대화를 회피했다”며 “하청업체 사장들은 정해진 납품단가 안에서 인건비를 해결해야 하는 처지여서 문제해결 능력이 없어 보였다”고 비판했다.

정기만 지부장은 “임금을 맞추고 단가를 맞추는 구조가 아니라 단가를 먼저 맞추고 임금을 맞추는 구조가 문제”라며 “원청이 책임지고 제화공 공임을 인상하라”고 촉구했다.

최근 하청업체들은 제화공들에게 문자를 보내 “소사장 여러분의 파업으로 작업(이) 중단돼 부득이하게 공장폐쇄를 하게 됐다”며 “16일까지 작업공구를 가져가 달라”고 공지했다. 지부 관계자는 “업체들이 작업을 중단한 제화공들을 위협하고 있다”며 “장비를 빼면 대체인력을 투입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지부장은 “요구사항을 들어줄 때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2000년 2월 제화공들이 개인사업자로 전환된 뒤 18년 만에 처음으로 하는 작업거부”라며 “다른 사업장 제화공들의 처우도 비슷한데, 탠디를 시작으로 제화공들의 처우 전반이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최나영 joie@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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