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 모터스(GM)가 한국지엠 법정관리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져 어떤 속내인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지엠이 알려진 것보다 두 배 이상 많은 1조원 이상의 정부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협박용 카드를 내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배리 엥글 지엠 총괄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 13일 성주영 KDB산업은행 부행장을 만나 "지엠은 한국지엠에 대출을 하고 산업은행은 투자를 하자"고 제안했다.

산업은행 '지분율 유지' 가능할까

한국지엠의 자본금은 1천660억원가량이다. 산업은행이 지분 17.2%(282억원)을 가지고 있다. 당초 지엠은 한국지엠 사태 해법과 관련해 차입금 27억달러(3조원)를 출자전환하고 신규로 28억달러(3조1천억원)를 투자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산업은행은 신규투자액의 17%가량인 5천억원을 지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엠이 차입금 3조원만큼 지분을 늘리면 산업은행의 한국지엠 지분율은 1% 미만이 된다. 산업은행은 지엠이 출자전환을 하는 과정에서 차등감자를 통해 산업은행 지분율을 보장해 줄 것으로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 정관상 비토권 보유기준은 지분율 15% 이상이다.

배리 엥글 사장 발언은 산업은행 기대와 달리 차등감자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지엠 계획대로 3조1천억원을 신규로 투자하면 한국지엠에 대한 정부 개입력은 사실상 사라진다. 지엠의 출자전환과 신규투자에 발맞춰 산업은행이 지분 15% 이상을 보유하려면 '5천억원+알파'인 1조1천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차등감자를 요구하고 지엠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며 “넘어야 할 산 중 하나”라고 갑갑함을 토로했다.

운영비는 혈세로, 이윤에 이자까지 챙기려는 지엠

노동계는 지엠이 한국지엠 운영비 전부를 한국 정부에 떠넘기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차입금은 탕감해 주기 싫고, 한국 정부에게 현금을 토해 내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한국지엠 운영비는 혈세로 감당하고 지엠은 차 팔아 이윤을 남기고 이자까지 챙기게 된다”고 성토했다.

지엠은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댄 암만 지엠 총괄사장은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4월20일까지가 한국지엠 구조조정 협상을 위한 분명한 데드라인(hard deadline)"이라며 "모두(노조·정부) 다음주 금요일(20일)에 협상 테이블에 와야 한다"고 말했다. 희망퇴직 위로금 지급날인 27일 이전에 정부지원을 확답받기 위해 협상 마지노선 기일을 20일로 못 박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엠의 요구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결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떠나지 말아 달라며 언제까지 한국 정부가 지엠 바짓가랑이를 부여잡고 혈세 투입을 계속해야 하느냐"며 "정부는 법정관리를 통해 한국지엠 독자회생을 준비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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