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와 최저임금대행진 준비위원회 회원들이 오전 1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최저임금 도둑기업을 발표하고 4·21 최저임금행진 집회 계획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금속노조와 ‘빼앗아 간 최저임금 돌려놔! 대행진’ 준비위원회가 최저임금에 밑도는 임금을 주는 ‘도둑기업’ 명단을 내놓았다. 현대·기아자동차나 한국지엠 같은 대기업의 하청업체였다. 노동자들은 “고용노동부의 방관으로 정당한 권리를 기업에 빼앗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와 준비위는 17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저임금을 훔쳐 간 도둑기업 50곳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 중 3곳은 현대차 하청업체다. 한 업체는 올해 초 노동자들에게 시급 6천470원을 지급했다. 기아차 하청업체 25곳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을 반영하지 않았다. LG디스플레이 한 하청업체는 상여금 400%를 기본급화했고 한국지엠 하청업체 7곳도 70%에서 700% 사이의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시켰다. 실제 최저임금을 미지급하는 회사는 50곳을 훨씬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명단에 실린 회사 대부분에서 비정규 노동자들이 어렵게 노조를 만들었다. 비정규직의 노조 조직률은 2% 수준이다.

정준현 노조 광주전남지부 광주자동차부품사비정규직지회장은 “현대차그룹 계열사 하청업체에서 최저임금 위반이 속출하고 있는데 항의하면 ‘본사 방침’이라거나 ‘원청에서 인상분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대답이 반복적으로 돌아온다”며 “현대차그룹이 말로는 상생을 외치면서도 사실상 최저임금 지급을 막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중소벤처기업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하청업체 최저임금 인상을 지원하기 위해 1천500억원의 기금·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직장갑질119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진아 공인노무사는 “대기업 하청업체들이 임금체계 개편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노동부 행정해석에 기대 최저임금을 위반하고 있다”며 “노동부는 기존 행정해석을 폐기하거나 새로운 지침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달 21일 ‘빼앗아 간 최저임금 돌려놔 대행진’을 하겠다고 밝혔다. 행진은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출발해 종로를 거쳐 청계광장에서 마무리한다. 준비위는 2천명이 행진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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