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두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대표지회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최우수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가 17일 낮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 회의실에서 직접고용과 노조활동 보장 등의 내용이 담긴 합의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정기훈 기자
삼성전자 제품 AS를 담당하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 7천700여명이 직접고용된다. 삼성전자서비스는 700여명의 조합원이 가입한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활동도 보장한다. 삼성전자 AS기사들이 2013년 노조를 만들어 삼성전자서비스에 직접고용을 요구한 지 5년 만의 일이다.

AS기사 5천500명부터 단계적 직접고용

나두식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대표지회장과 최우수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는 17일 정오께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만나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노사합의에 따르면 사측은 협력업체 직원들을 직접고용한다. 전국 90여개 협력업체가 운영하는 AS센터에는 5천500여명의 엔지니어를 포함해 자재관리·콜센터·안내업무를 맡은 노동자까지 7천700여명이 일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엔지니어에서 시작해 순차적으로 직접고용할 예정이다. 자회사를 만들어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고용한 SK브로드밴드(4천600여명)·파리바게뜨(5천400여명)의 규모를 웃돈다.

삼성전자서비스 정규직 노동자들과 같은 노동조건으로 직접고용을 할지, 별도 직군이나 무기계약직으로 고용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노사는 빠른 시일에 세부적인 직접고용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지회 설립 5년 만에 노조 인정

삼성전자서비스는 이날 합의서에서 “노조를 인정하고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노사는 “갈등관계를 해소하고 미래지향적으로 회사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는 문구도 합의서에 넣었다.

현재 삼성 계열사에는 에버랜드 직원들이 중심이 된 금속노조 삼성지회, 금속노조 웰스토리지회, 서비스연맹 소속 에스원노조, 건설기업노조 삼성엔지니어링지부가 활동 중이다.

삼성측이 노조 인정이나 노조활동 보장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중공업 노동자들은 사측과 각종 협상을 하고 쟁의행위도 여러 차례 했다. 그런데 노조가 아니라 노사협의회 이름으로 활동한다. 노조들도 회사 탄압을 우려해 조합원 명단과 숫자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삼성측은 노조활동이 활발했던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대해 “협력업체 노사관계일 뿐 삼성전자서비스와는 무관한 일”이라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노사합의가 던지는 파장이 작지 않은 이유다.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으로 보긴 어려워”

2013년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수시근로감독에서 적법도급 판정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월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같은 판결을 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적법도급 판정·판결에도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고 노조활동을 보장하기로 한 것은 최근 검찰의 노조와해 문건 수사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사가 확대되면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 문제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점에서 삼성의 무노조 정책이 전면 수정되거나 폐기된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직접고용을 위한 노사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권영국 변호사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들이 힘겨운 투쟁 끝에 직접고용과 노조활동 보장을 약속받은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라면서도 “삼성그룹 최고책임자가 무노조 경영에 대해 진정한 반성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노사합의만으로 무노조 경영이 폐기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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