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 모터스(GM)가 한국지엠 지원조건으로 내건 노동자들의 양보가 수용되면서 한국지엠 정상화 방안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정부가 명확한 부실원인 규명 없이 한국지엠을 존속시키는 것에만 힘을 쓸 경우 머지않아 지금과 유사한 상황에 놓일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협상과 동시에 지엠 철수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와 산업은행은 한국지엠 신규자금 지원 대가로 지엠에 10년 이상 한국에 머물러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지엠은 그동안 산업은행에 한국지엠 지분율(17%)에 해당하는 5천억원의 자금지원을 요구했다. 산업은행이 자금을 지원하면 27억달러의 차임금을 출자전환하고, 28억달러를 신규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가 한국지엠이 일정기간 한국에 남는 것을 조건으로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제시한 것은 최근 산업은행이 내놓은 보고서에 근거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달 20일 내놓은 한국지엠 경영실사 중간보고서에는 한국지엠의 경영 정상화 계획이 실행되면 2020년부터 흑자로 돌아선다는 분석이 담겼다.

정부 자금지원이 죽어 가는 사람에게 인공호흡기를 대는 꼴이라는 시선도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5천억원으로 한국지엠을 5년 유지한다면 나쁜 장사는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은 “지엠 문제 핵심은 매출구조와 비용구조가 불투명한 것인데 산업은행이 실사 과정에서 밝힌 내용을 보면 ‘과거는 보지 않고 미래를 보겠다’고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적자와 철수 위기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100만대 생산능력이 있는 공장에 50만대 생산을 맡기겠다는 것은 공장을 닫겠다는 것이고 정부가 투자하는 5천억원은 철수를 위한 연착륙 비용이라고 봐야 한다”며 “길면 5년 사이 철수가 예측되는데 정부가 다시 돈을 대고 공장운영을 부탁하지 않을 거라면 이번 협상과 더불어 한국지엠 설비·인력을 어떻게 운영할지 플랜 B와 C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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