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지난해 5월1일 발생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충돌사고 피해자가 삼성중공업과 고용노동부 발표보다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삼성중공업과 협력업체들이 산업재해 규모를 축소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로 다친 노동자는 34명이다. 사고 당시 삼성중공업과 부산지방고용노동청 통영지청은 노동자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회사·정부 발표보다 강 의원이 파악한 부상자가 9명 많다.

강 의원이 참조한 원자료는 경남근로자건강센터 실태조사 결과다. 센터는 사고 목격자들의 트라우마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9~10월 실태조사를 했다. 사고 당시 협력업체 재직자 1천816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는데 847명(46.4%)이 응답했다. 실태조사에서 노동자 16명이 "크레인 사고가 난 날 현장에서 다쳤다"고 답했다. 이 중 9명은 삼성중공업과 통영지청이 발표한 재해자 명단에 없던 노동자들이다.

D업체에서 일했던 30대 초반 ㅅ씨는 사고 당시 다리를 다쳐 지난해 11월까지 절룩거리면서 생활했다. 사고 트라우마로 수면장애에 시달렸다. 그는 실태조사에서 "밤에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에 따르면 ㅅ씨는 사고가 난 뒤 회사에 다쳤다는 사실을 알렸지만 산재 승인 신청과 관련한 얘기를 듣지 못했고, 삼성중공업이 발표한 재해자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산재 규모는 삼성중공업 발표를 근거로 집계했다. 삼성중공업이나 협력업체들이 의도적으로 피해자 규모를 줄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절반을 넘는 노동자가 실태조사에 응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 확인된 9명 외에 추가 재해자가 나올 공산이 높다.

이은주 마창거제산추련 활동가는 “실태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 산재 보상을 포함한 각종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라며 “삼성중공업이 정확한 피해자료를 다시 제출해야 하고, 노동부는 회사가 의도적으로 산재 규모를 축소한 것은 아닌지 조사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영지청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발표한 25명 부상자 중에서도 부상 정도가 경미해 산재 승인 신청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며 “강병원 의원실에서 발표한 9명이 회사에 다친 사실을 보고했는지, 왜 산재 승인 신청을 하지 않았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고 목격자 산재보상과 치료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목격자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사고수습자를 포함해 120여명의 목격자가 있다고 발표했지만 지난해 6월 경남근로자건강센터 1차 실태조사에서는 세 배가 넘는 394명으로 파악됐다. 퇴직자까지 추적 조사한 지난해 9~10월 실태조사에서는 417명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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