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업재해 트라우마 프로그램을 개선한다. 지난해 5월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사고 후 피해 노동자들의 트라우마 관리 과정에서 초기대응 실패 같은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고 발생 4개월이 지나서야 경남근로자건강센터를 중심으로 트라우마 관리사업이 시작되면서 트라우마 고위험군에 속한 다수 노동자들이 심리상담을 받지 못한 채 현장을 떠났다. 뒤늦게 상담사들과 연락이 닿은 노동자들은 "겨우 잊고 살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뭐하다가 이제 와서 (사고기억을) 떠올리게 하느냐"며 강한 불만과 불신을 드러냈다. 예산도 제대로 지원되지 않았다. 별도 상담공간을 마련하지 못해 안정적인 대면상담을 하지 못했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산재 트라우마 관리 프로그램을 재점검하고, 직업적 트라우마 전문상담센터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1일 고용노동부는 지난달부터 '산재 트라우마 관리 프로그램 운영모델 개발' 연구용역을 발주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노동부 관계자는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 관련 트라우마 관리 과정에서 도출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했다"며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하면 적시에 효과적으로 개입해 피해 노동자들을 지원할 수 있을지 등을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대 의대 연구팀이 10월까지 연구용역을 수행한다.

노동부는 직업적 트라우마 전문상담센터도 구축한다. 이달부터 대구근로자건강센터를 '직업적 트라우마 전문상담센터'로 지정해 연말까지 시범운영한다. 대형 산재사고를 비롯한 직업적 트라우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안전보건공단은 지난달 17일 대구근로자건강센터를 위탁운영하는 계명대 산학협력단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조만간 계약을 체결한다.

대구근로자건강센터는 2016년 6월 경북 고령 제지공장에서 발생한 황화수소 중독 사망사고를 계기로 다른 지역 근로자건강센터에 앞서 트라우마 상담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역 소규모 사업장 중심으로 산재 피해 노동자 트라우마 상담을 하면서 노하우를 쌓았다. 양선희 부센터장은 "(시범사업을 하면서) 중대재해 중에서도 삼성중공업 사고 같은 재난에 가까운 대규모 산재가 발생했을 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와 공단은 올해 시범사업 후 내년에 별도의 전문상담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공단 관계자는 "기존 21개 근로자건강센터에서도 트라우마 상담을 하되, 규모가 큰 중대재해는 전문상담센터가 담당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정식으로 직업적 트라우마 전문상담센터가 만들어지면 노동자들의 트라우마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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