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노동연구원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부 1주년 고용노동정책 토론회’에서 홍민기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2018년 최저임금의 고용효과 추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올해 최저임금이 16.4% 인상된 뒤 재계와 경제지들의 기조는 그야말로 기·승·전 '최저임금 인상 탓'이었다. 취업자 증가세 둔화도 최저임금 때문이고, 물가인상도 최저임금 때문이라고 공격했다. 중소·영세 자영업자들이 인건비 부담 탓에 고용을 줄이고 있다는 뉴스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정말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량에 악영향을 미쳤을까.

최저임금 인상, 고용대란은 없었다

국책연구기관이 이런 주장을 뒤집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3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노동연구원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부 1주년 고용노동정책 토론회'에서 홍민기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3월까지 최저임금 인상이 통계적으로 고용량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2015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경제활동인구조사·사업체노동력조사·고용보험자료를 근거로 최저임금 인상이 올해 1~3월 고용량과 근로시간에 끼친 영향을 분석했다.

홍민기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산업별 고용추세를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 직격탄을 맞아 취업자가 줄어든 것처럼 해석되고 있는 음식숙박업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그는 "음식숙박업 고용은 2016년 7월 이후 감소하는 추세"라며 "최저임금이 인상되지 않았더라도 고용이 감소했을 건데, 이런 고용추세를 판단하지 않으면 음식숙박업 고용감소가 최저임금 영향인 것처럼 오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상용직 고용이 증가하고, 임시직과 일용직 고용이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는데, 이는 157만원(최저임금 월급 환산액 157만3천770원)을 주고 임시·일용직을 쓰느니, 정규직을 고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잦은 입·이직으로 발생하는 구인비·교육비 같은 고정비용을 감안하면 임시·일용직이 갖는 이점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소규모 사업장 인원감축 어려워

홍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기업들이 고용을 줄이는 대신 노동시간단축 같은 미세조정이 가능한 수단을 사용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1월부터 사업장마다 노동시간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올해 1월에는 노동시간이 많이 감소했다가 2월부터는 감소 폭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그는 "최저임금이 올랐다고 서너 명이 일하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한 명을 빼고 두 명이 일한다? 거의 불가능하다"며 "노동강도가 극대화돼 있는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더더욱 인원감축이 어렵고 다른 방법을 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감소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분석 결과는 상당한 관심을 모았다. 이날 토론자로 나온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기다리던 발제가 나왔다"고 반색했다. 김 이사장은 "한 경제신문에서 최저임금의 부정적 고용효과를 쓴 기사를 뽑아 보니 한 달간 550건이나 됐다"며 "최저임금 고용효과를 추정할 구체적 지표가 없는데도 기사를 쓰길래 '소설을 쓴다'는 생각했는데,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량을 제대로 추정한 논문이 발표됐다"고 말했다.

플로어에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날 선 질문이 나왔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은 혁신을 통해 좋은 제품을 만들어 이윤을 내는 방향으로 가고, 근로자들의 임금 조건은 계속 나아지는 방향으로 가길 바란다"고 답했다.

한편 류장수 부경대 교수(경제학)가 사회를 본 1부 토론회에서는 김승택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최근 노동시장 동향과 지난 1년 일자리 정책 평가'를, 김유빈 부연구위원이 '한국 청년고용정책의 방향과 과제'를 발제했다.

박수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회로 진행된 2부에서는 이정희 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노동존중 사회 실현과 노사관계', 김근주 부연구위원이 '근로시간법제의 현황과 과제', 이장원 선임연구위원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현황과 과제'를 각각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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