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밖에서는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이 다 끝난 줄 알아요. 전혀 아닙니다. 전환되는 비정규직의 임금과 근무체계·복지를 어느 수준으로 할지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가 중요한데 정부는 책임을 방기하고 인천공항공사는 정부 정책을 왜곡하고 있어요.”

박대성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장의 말이다. 지난해 5월12일 문재인 대통령과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1만명을 모두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뒤 1년이 다 돼 간다. 지부는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정규직 전환 선언 1주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항공사 비정규직 쥐어짜기 정책도 진행형

기자회견에 참석한 인천공항 비정규 노동자들은 “1년 전보다 나아진 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오히려 인천공항공사가 인원을 감축해 노동강도가 세지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 상승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수당을 삭감했다고 지적했다. 정규직 전환 논의는 더디고 노동조건 후퇴는 빨랐다는 얘기다.

실태 증언에 나선 오순옥 지부 환경지회장은 “공사는 제2여객터미널이 개항해 이용객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환경미화·탑승교·시설관리 등 제1터미널 비정규직 인력을 줄였다”며 “감소한 운항 편수보다 더 많은 인력을 줄였고 빠진 인력 탓에 이동 거리도 늘어 노동강도가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대비 제1여객터미널 여객기 운항 편수는 16% 줄었지만, 인천공항공사는 탑승교 운영 인력을 22%나 축소했다.

공사가 지난해 7월 새로운 용역업체와 신규계약을 체결할 때 작성한 원가계산서를 보면 상여금은 기존 원가계산에서 200% 삭감했고, 방호수당과 체력단련비는 전액삭감했다. 급식보조비·교통보조비도 일부 줄였다.

오순옥 지회장은 “과거 공사가 비용을 절감하겠다며 비정규 노동자에게 돌아갈 비용을 깎던 정책을 아직까지 유지한다”며 “공사가 비용절감·인력감축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관건은 용역업체 조기 계약해지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선언 이후 인천공항에서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1만명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전문가 협의가 지난해 8월 시작됐다. 같은해 12월26일 노·사·전문가는 3천여명을 공사가 직접고용하고 7천여명은 별도법인(자회사)을 설립해 고용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올해 2월 2기 노·사·전문가 협의기구가 구성돼 1만명의 처우와 근무형태를 정하는 논의를 하고 있다. 이날까지 세 차례 본협의와 아홉 차례 실무협의가 이뤄졌다. 핵심 쟁점은 기존 경력 인정 여부와 용역업체 이윤·관리비를 전액 처우개선비로 활용할지 여부다. 용역업체와 계약을 해지할지 여부를 놓고도 이견이 팽팽하다.

기자회견에서 “용역업체 퇴출하고 정규직 전환 완성하자”는 구호가 나온 이유다. 현재까지 인천공항 용역업체 60곳 가운데 12개 업체의 계약해지 절차가 마무리됐다. 12개 업체 소속 1천200여명은 현재 임시법인에 소속돼 기존 처우와 비슷한 조건으로 일하고 있다. 임시법인은 정규직 전환 형태가 확정되기 전까지 노동자들을 한시적으로 고용한다.

지부는 공사가 용역업체 계약이 만료되기만 기다리지 말고 조기 계약해지를 하라고 요구했다. 계약해지를 하지 않으면 정규직 전환이 2020년 7월까지 지연될 수 있다. 지난해 12월26일 노·사·전문가 합의안에도 기존 용역회사와 계약해지를 위해 노사가 노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신철 지부 정책기획국장은 “공사가 조기 계약해지가 어렵다는 핑계를 대는 것을 보면 계약을 해지할 의지가 없다는 의심이 든다”며 “용역업체 굴레를 벗는 노동자들이 많아질수록 임금체계 결정을 위한 협의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부는 용역업체 퇴출투쟁을 예고했다. 용역업체에서 일어나는 불법적 교대제 개편과 노조탄압,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례를 모아 대응할 계획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인천공항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노동자들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진정성 있게 대화에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제대로된 정규직 전환을 쟁취하기 위해 10월 말 파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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