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7월 인터넷·IPTV를 설치·수리하는 협력업체 노동자 5천여명을 자회사 홈앤서비스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특수고용직인 마트 영업직군 200여명도 협력업체 노동자와 함께 자회사 노동자로 전환됐다. 마트 영업직군은 이마트·홈플러스 같은 대형마트 매장에서 SK브로드밴드 유선통신(인터넷)상품을 파는 이들이다.

SK브로드밴드 조치는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민간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 대표적 사례로 주목받았다. 그런데 회사가 정규직 전환 1년도 채 되지 않아 마트 영업직군을 다시 특수고용직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오전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는 서울 양천구 이마트 목동점 앞에서 특수고용직 전환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 “특수고용 전환 거부하면, 방문판매 등 강제 전환배치”

지부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마트 영업직군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입장을 바꾸었다. 회사가 올해 3~4월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들에게 희망자에 한해 다시 특수고용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노조가 이날 공개한 녹음파일에 따르면 올해 4월 한 센터장은 마트 영업직군 노동자에게 “에이전트로 근무를 변경하면 해당(지금 일하는) 마트에서 근무할 수 있다”며 “인사발령은 5월1일자로 한다”고 말했다.

회사는 희망자를 직접고용에서 특수고용직으로 되돌린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사실상 강압”이라고 주장했다. 에이전트 거부 의사를 밝힌 이들 일부가 가판 영업·방문판매·사무실 근무 등으로 전환배치됐기 때문이다. 노조는 “마트에서 영업하던 노동자에게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가판·방판 영업을 하라는 것은 거리를 떠돌라고 하는 것과 같다”며 “전환을 거부해 지난 1일부터 사무실에 출근하게 됐는데, 지금까지 하루 종일 아무 일도 주지 않고 있다는 제보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회사 “영업 경쟁력 강화 차원”

회사는 노조와 교섭에서 특수고용직 전환 사유로 유·무선통신상품 통합판매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까지 SK계열사의 유선통신(인터넷) 상품은 홈앤서비스가, 무선통신(휴대폰) 상품은 SK텔레콤 자회사인 PS&M이 판매해 왔다. 노조에 따르면 SK그룹은 홈앤서비스와 PS&M이 지난 1일부터 유·무선통신을 통합판매하기로 했다. 노조는 “회사는 '자회사 정규직이 된 홈앤서비스 판매자들과 여전히 특수고용직인 PS&M 노동자들이 한 매장에서 유·무선 상품을 같이 팔게 되면 불법파견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노동자들은 반발했다. 서울지역 한 마트에서 영업하는 A씨는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수입이 줄어들고 몇 년간 일을 가르쳐 온 직원까지 회사에 빼앗겼다”며 “대기업 정규직 직원으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손해를 감수하며 정규직 전환을 받아들였는데 이제 와서 다시 특수고용직으로 돌아가라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토로했다. 마트 영업직군인 B씨는 “홈앤서비스로 전환한 지 1년도 안 됐는데 회사가 검은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며 “회사가 원하는 것은 법적 보호도 못 받고 마음대로 부려먹고 해고할 수 있는 특수고용직으로 바꾸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경쟁사에 비해 영업실적이 떨어지고 있어 영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회사 차원에서 모색해 왔다”며 “자회사 정규직 중 희망자에 한해 전환하도록 했으며, 원하지 않으면 다른 희망 부서에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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