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봄이라고 강변이며 또 어디 공원에는 원터치 텐트가 빼곡하다. 발 뻗기도, 앉기도 빡빡한 그 좁은 곳에서 연인은 나란히 다정했고, 뛰놀다 지친 아이들이 누워 뒹굴다 잠들었다. 식어 빠진 치킨에 김빠진 맥주라도 곁들이면 만찬이었다. 민들레 홀씨와 흙먼지쯤은 양념이었다. 오늘 세종로 소공원이며 정부서울청사 앞에도 텐트와 돗자리며 농성 천막이 빼곡하다. 소공원 쪽 사정이 좀 나아 온갖 천막이 진작에 자릴 잡았다. 터줏대감처럼 오래 버틴 콜트·콜텍 천막 주변으로 확장 중이다. 공무원노조 농성장엔 금속노조가 세 들었다. 청사 앞은 까다로웠다. 헐리고 새로 짓기를 반복했다. 저기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텐트는 세 번째 농성장이다. 도로법에 따른 불법 시설물이었다. 집행이 빨랐다. 기둥과 온전한 천장 따위가 판단 기준이었다. 원터치 텐트는 아직은 '노터치'였다. 법원에 불법파견 3심 판결을 서둘러 달라고, 정부엔 시정명령을 촉구하며 이들은 농성한다. 최종심은 하염없이 늘어졌다. 새 정부 들어 불법에 추상같았던 노동부는 가장 오랜 대규모 불법에 침묵했다. '노터치'였다. 볕 좋은 봄이라고 침낭 먼지를 털고 말려 잠자리를 단장했다. 불법 농성을 이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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