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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제화공들도 나섰다] “한 족당 공임 6천500원, 탠디와 다르지 않다”

기사승인 2018.05.14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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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사업자 신분에 20년째 공임 동결 … 11일 결의대회, 12일 하청업체별 대표자 선출

   
▲ 지난 11일 오후 제화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서울 봉천동 텐디 하청업체 제화공들과 서울 성수동 제화공들이 마주보며 탠디 노사 임금인상 합의를 축하하고, 제화공의 총력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최나영 기자>

“더 이상 새벽 첫차 타고 출근하지 말고, 막차 타고 퇴근하지 맙시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역 2번 출구 앞. 성수동 갑피(신발 윗부분) 제화공 이현수(61)씨가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새벽 본사 점거농성을 해제하고 건물 밖으로 나온 탠디 제화공 70여명과 일을 마친 성수동 제화공 300여명이 박수로 공감을 표했다.

탠디에서 타오른 불씨가 성수동으로 옮겨붙었다. 탠디 하청업체 제화공 노사가 8년 만에 공임 인상에 합의하자 수제화 메카인 성수동에서도 변화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같은날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주최한 제화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에 참석한 제화공들은 한목소리로 “사회적 논란이 된 탠디 제화공들의 처우 문제는 국내 제화공 전체의 문제였다”며 “탠디 노사 합의를 기점으로 수제공들의 고향인 성수동을 변화시키자”고 외쳤다.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에 따르면 성수동은 국내 제화공장 최대 집결지다. 수제화 제조업체 70%가 밀집해 있다. 개인사업자 신분인 수제공들은 일감을 찾아 업체를 옮겨 다니는 과정에서 대부분 성수동에 정착하거나 거쳐 간다. 제화공들은 1970~80년대 명동과 서울역 염천교·종로 등지에 퍼져 있었다. 이때도 제화공들은 땅값이 싼 성수동으로 알음알음 모여들었다. 90년대와 2000년대 백화점에 브랜드 구두가 공급되고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싸롱화(살롱화·작은 구둣방 수제화) 인기가 시들해졌다. 구두공장들이 성수동으로 몰린 배경이다.

성수동은 제화공들의 삶의 터전이 됐다. 노조는 성수동에 300여개의 수제화 완제품 생산업체와 3천여명의 제화공이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제화공들은 미소페·소다·세라같이 백화점에 입점하는 수제화 브랜드 하청업체, 시장에 있는 매장과 거래하는 공장, 개인 매장을 운영하는 공장에서 일한다.

“탠디 투쟁 당연히 공감하지요”

공임 인상을 요구하며 일손을 놓고 있었던 탠디 제화공 일부는 일주일 전부터 성수동 제화공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결의대회를 알리는 선전물을 제화공들에게 나눠 줬다. 반응은 좋았지만 노조 관계자 일부는 '얼마나 모일까' 조바심을 냈다. 성수동에는 조합원이 거의 없는 데다, 성수동 제화공들이 공임 인상을 요구하며 한자리에 모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기우였다. 이날 손바닥에 인이 박인 제화공들이 성수역 2번 출구 앞거리에 바글거렸다. 빨간 조끼를 입고 대오를 형성한 탠디 제화공 뒤편으로 앉을 자리가 없자 골목까지 늘어섰다. 곁눈질로 집회를 구경하는 제화공들이 적지 않았다.

“(탠디 투쟁에) 공감하고 말고요. 우리도 탠디랑 똑같아요.” “먹고살 수 있으면 뭐하러 이렇게 모이겠어요.” 집회에 참석한 제화공들은 한마디씩 거들었다. “오늘 노조에 가입했다”는 제화공도 있었다. 노조에 따르면 이날 노조 제화지부에 가입한 제화공만 100여명이다.

김태을 서울동부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제화공들은 개인사업자인 탓에 공임을 요구하면 일감을 받지 못할 수 있고, 해당 브랜드 사장이 다른 업체에 일감을 넘겨 버릴 수도 있다”며 “제화공들이 지역과 상관없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성수동 일대 20년째 제화공 공임 동결

성수동 제화공들의 처우는 서울 봉천동 탠디 제화공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본지 2018년 4월16일자 2면 ‘한 켤레 판매가는 30만원인데 공임은 8년째 7천원’ 기사 참조>

업체에 따라 한 족당 공임을 탠디보다 몇백원 혹은 몇천원 더 받거나 덜 받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성수동 제화공 ㄱ씨는 “브랜드 구두부터 시장에 내다 파는 구두까지 만드는 수제화 업체에서 일한다”며 “2만~3만원짜리 저가 구두까지 취급하기 때문에 공임은 한 족당 2천원에서 7천원까지 다양하게 받는다”고 설명했다.

한 족당 공임을 5천500원 안팎으로 받는다는 미소페 하청업체 저부(신발 밑창) 제화공 ㄴ씨는 “구두 판매가가 공임의 10배 이상 부풀려지는 구조는 수제화 유통업계의 공통된 현상”이라며 “업체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성수동의 경우 20년째 공임이 정체돼 있어 8년 동안 공임이 동결됐던 탠디 하청업체보다 열악한 상황 ”이라고 말했다.

“개인사업자 신분, 업체 부당함에도 대응 못해”

성수동 제화공들은 2000년 2월부터 회사에 떠밀려 개인사업자로 전환했다. 퇴직금은 사라졌고 회사가 내던 세금 일부를 제화공들이 떠안았다.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지 못해 부당한 일을 당해도 대응하기 힘든 처지에 놓였다.

성수동 갑피 제화공 ㄷ씨는 “10여 년 전 소다 하청업체에서 일할 때 회사가 직원들에게 같이 일하기 싫은 직원 두 명의 이름을 우유갑에 적어 내라고 했다”며 “회사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구두로 ‘네가 뽑혔으니 나가라’고 해서 쫓겨났는데 해고 방식이 황당해 너무 억울했다”고 토로했다.

제화공들은 특히 "장시간 노동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제화공 ㄹ씨는 “성수기 때는 돈은 더 벌지만 주 6일을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하고, 점심은 10분 만에 먹는다”고 털어놓았다. 구두를 만드는 과정에서 건강이 나빠지거나 다치기도 하지만 산재 적용은 먼 나라 이야기다.

이현수씨는 “칼에 손이 찢기거나 손목 등 관절이 안 좋아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대부분 개인이 알아서 처리한다”고 귀띔했다. 제화공 ㅁ씨는 “공장에 들어서면 본드 냄새가 역하게 난다”며 “기관지가 안 좋아져서 약을 챙겨 먹는데도 낫질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편 성수동 제화공들은 결의대회 다음날 서울 성동근로자복지센터에 모여 처우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15개 업체에서 제화공 100여명이 참석했다. 모임에 함께한 제화공 ㅁ씨는 “임금인상과 개인사업자 등록 폐지 위주로 처우개선 사항을 논의하고 업체별로 대표자 2명씩 뽑았다”며 “제화공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18일께 다시 모여 향후 일정과 투쟁 방향을 결정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최나영 joie@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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