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조합원 확대 경쟁이 팽팽하다. 양대 노총 각각 200만명 시대를 열어 노동의 권리를 강화하겠다는 목표가 있다. 거기에 1노총 자리를 놓고 벌이는 경쟁 측면도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80만명을 넘어 한국노총에 근접했다. 일련의 사회연대전략과 노사정대표자회의 참가 등을 통해 민주노총 가입에 따른 불안감과 거부감이 해소되는 점도 주요한 요인이다. 위기의식을 느낀 한국노총도 매진하고 있다. 전태일 50주기인 내후년쯤 양대 노총 어딘가 조합원 100만명 시대를 열 듯싶다.

그 뒤로 조합원 확대는 주춤할 것이다. 사업장 기반으로 노조를 결성하는 기존 관성의 한계치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한계치를 넘어 200만명 시대로 도약하려면, 10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조직화가 필수다. 그들은 자그마치 1천500만명이나 된다. 노조 가입률은 1%도 안된다. 가입률을 10%만 끌어올려도 조합원이 150만명 늘어난다. 20%면 300만명이다.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사업장 투쟁으로 임금·고용 등을 확보하는 전략만 고집하면 답이 없다. 기존 노·자 대립구도를 넘어서야 한다. 중심부 노동자 처지보다 못한 사장이 널렸다. 규모가 작으면 사장·관리자·직원의 심리 및 생활 거리가 무척 가깝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사측 협조를 얻어야 할 때도 있다. 함께 손잡고 원청의 갑질 횡포에도 맞서야 한다. 노와 사가 더불어 성장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둘째, 노조에 가입해도 사업장 전략으로 혜택을 줄 수 없다면, 다른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조합비를 내는 만큼의 혜택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지역·노동·삶의 상태에 따라 천차만별일 거다. 어린이집과 나눔학원, 의료생협과 협동조합이 될 수 있다. 제주도 가족여행이 평생 소원인 밑바닥 노동자가 숱하게 많은 만큼 공정여행을 만들 수 있다. 4대 보험 지원과 공제, 사회적 금융을 할 수도 있다. 공단 환경개선과 교통수단 확충일 수 있다. 노동자주택이 될 수 있고, 주택 개선일 수도 있다.

노조가 어떻게 그런 사업을 할까 막막할 거다. 한데 마음만 먹으면 의외로 쉽게 추진할 수 있다. 이미 누군가 하고 있는 운동이다. 특히 사회연대경제 단위다. 1억원이면 서울에서 대여섯 노동자에게 싸고 좋은 월세를 제공하고 몇 년 뒤에 이자 붙어 돌아오는 기막힌 방법도 있다. 그들은 노조와의 협동을 기다리고 있다. 손잡으면 된다. 정부와 지자체 협조도 필요하다. 그래도 방법이 막막하다고? 민주노총이든 한국노총이든 부르면 언제든 찾아가 조언하고 연결하겠다.

셋째, 모든 조직화가 그렇듯 물꼬가 트이면 알아서 굴러간다. 초기에는 인원을 투입해야 한다. 그 사업만 집중하는 전략센터를 구축하는 것도 방법이다. 결국 재정 문제에 봉착할 텐데, 별도 전략기금을 만들어야 한다. 양대 노총에서 확산하고 있는 사회연대기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칼럼으로 한 번 다룰 예정인데, 기금과 관련해서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소모기금에서 운용기금으로 전환하자는 얘기다. 지금까지는 기금을 모아 소진하는 방식이었다. 앞으로는 모아서 증식하며 사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사회적 금융 방식을 적용하면 된다.

넷째, 지역 풀뿌리와 협동해야 한다. 10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노동 형태는 한 사업장에 뿌리박는 정착노동이 아니다. 한 지역에서 여러 사업장을 떠도는 이동노동이다. 지역 차원으로 조직할 수밖에 없다. 화섬식품노조가 추진하는 서울봉제지회는 서울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같은 방법으로 한 지역 소규모 공단이나 식당을 통째 묶을 수 있다. 플랫폼노동·퇴직노동·불안정 청년노동도 동일 원리로 조직화할 수 있다. 풀뿌리 협동이 필요한 이유다. 풀뿌리는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노동의 삶에 결합할 수 있는 단위다. 이 지점에서 양대 노총 내셔널센터가 머뭇거릴 수 있다. 노조 바깥과의 연대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 이유 없다. 진정성을 갖고 손 내밀면 협력할 풀뿌리는 많다. 활용의 관점이 아닌 협동의 관점으로 접근하면 된다. 노동계가 사회연대에 본격 나서며 체질 개선의 계기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조합원 200만명 시대를 만들려면 사회의 우호 분위기도 중요한 요소다.

화섬식품노조가 서울지역 9만 봉제노동자 조직화에 시동을 걸었다. 관성을 뛰어넘는 새로운 방식의 다양한 실험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한다. 우여곡절도 있을 것이다. 허름한 골목 영세업체에서 사장과 직원이 형·오빠·동생·이모·삼촌 하며 노동하고 생활하는 봉제노동자 조직화에 성공한다면, 노동운동은 무척 풍부해질 것이다. 중심부와 주변부로 갈라진 노동분단 해소에 기여할 것이다. 양대 노총의 1노총 경쟁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 것이다.

조합원 200만 시대가 한국노총에 의해서든 민주노총에 의해서든 성큼 열리기를 기원한다.

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jshan896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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