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의료산업노련 대표자들이 15일 국회 앞에서 병원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연장근로요? 간호사는 매일 하는 일상이에요. 인수인계나 직무교육이 근무시간이 아닐 때 이뤄지니까요. 연장근로수당요? 주변에서 눈치를 주니까 그냥 포기하고 삽니다. 업무시간에 다들 너무 바빠요. 밥 먹고 화장실 가는 것조차 사치가 되는 게 병원 현실입니다."

병원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연장근로를 하면서 연장근로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산업연맹(위원장 이수진)은 15일 오후 국회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8 병원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권미경 연세의료원노조 위원장은 "오늘도 간호사를 비롯한 병원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야간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병원에서 밥 먹고 화장실 가는 것은 사치가 되고, 임신은 죄가 되는 현실에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우리나라 연평균 노동시간보다 334시간 더 일해=연맹은 올해 3월 전국 14개 병원에서 일하는 1천377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다. 병원노동자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5.6시간으로, 연간으로 환산하면 2천423시간이다. 우리나라 연평균 노동시간 2천80시간보다 334시간을 더 일하는 셈이다.

전체 응답자의 10명 중 7명(68.4%)이 "연장근로가 일상화돼 있다"고 답했다. 간호사 983명 중 775명(78.8%)이 "일상적 연장근로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맹은 "우리나라 간호인력 1인당 환자는 19.2명으로 미국(3.6명)의 5배가 넘는다"며 "실태조사에 참여한 병원노동자의 76.6%가 '인력부족으로 환자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장근로? 심각한 공짜노동=공짜노동 문제도 심각했다. 병원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2시간 가까운 연장근로를 했다. 하지만 연장근로수당을 청구하는 노동자는 26%에 불과했다. 연장근로수당을 청구하지 못한 이유를 묻자 응답자의 52.4%가 "평가 승진에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답했다. 병원의 암묵적인 분위기가 당연히 받아야 할 연장근로수당을 받지 못하게 만든다는 얘기다. 이 밖에 "신규직원이라서 불가능하다"거나 "출근시간은 기록하지만 퇴근시간은 기록하지 않는다"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

병원의 과중한 노동은 모성보호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순번제를 경험한 간호사가 8.4%였고, 유산 또는 사산을 경험한 응답자는 2.9%였다.

이수진 위원장은 "지난 1년간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에 참여해 병원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에 관한 의견을 냈지만 정부의 소극적 태도로 성과가 없었다"며 "환자 대비 간호인력을 상향하는 등 실질적 문제해결을 위한 제도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연맹은 이날 병원노동자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제안서를 5개 정당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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