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올해 7월부터 시행되는 노동시간단축 연착륙을 위해 정부가 17일 지원대책을 내놓고 "업종별 맞춤형 특화 지원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노동계 반응이 싸늘하다.

예상보다 지원금액이 적은 데다,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는 노선버스업을 비롯한 21개 업종 지원대책이 근로기준법상 탄력적 근로시간제 활용인 탓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초과노동 할증률이 적용되지 않고 노동주기가 불규칙하다.

최근 정부에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대책 마련을 위한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제안했던 한국노총은 "기대에 못 미치고 새로운 것이 없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행정 편의적이고 '탄력근로 천국' 업종으로 만들겠다는 어이없는 대책"이라고 반발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노동시간단축 현장안착 지원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노선버스업·건설업·사회복지서비스업·소프트웨어업과 콘텐츠·방송산업, 하수·폐수 및 분뇨처리업 등 노동시간 개선이 시급한 특례제외업종을 대상으로 다음달까지 표준모델을 개발한다. 정부는 특히 탄력적 근로시간제 활용을 적극 지도한다. 현행 2주(취업규칙) 또는 3개월(노사합의) 단위로 허용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활용하면 당장의 어려움은 완화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2주 단위로 시행하면 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유지하면서 1주 최대 76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며 "76시간까지 일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건 아니고, 한시적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연착륙해 나가자는 얘기"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이에 대해 "특례업종 축소에 따른 사업 차질과 버스운행 차질 등으로 교통대란이 우려되자 내놓은 정부 대책이라는 게 유연근무제와 탄력근로제 활용"이라며 "노동시간단축 효과를 무력화할 뿐만 아니라 사측이 가산수당 부담을 줄이는 꼼수로 활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훈중 교육선전본부장은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마당에 정부가 2주 단위 탄력근로제를 하면 주당 최대 76시간, 3개월 단위로 하면 최대 80시간까지 일을 시킬 수 있다고 버젓이 발표했다"며 "과연 노동시간단축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민주노총은 "특례업종에서 겨우 벗어났더니 이제는 탄력근로·유연근로 천국 업종으로 만들겠다고 한다"며 "노동시간단축 첫발도 떼기 전에 정부가 사용자들에게 장시간 노동을 유지시킬 편법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계는 지원 규모도 불만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4천7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올해 예산은 고용보험기금 213억원을 편성했다. 노동계는 "고용보험기금을 더 풀어 지원 규모를 확대하자"고 요구한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일반회계를 가져다 쓰는 것도 아니고 이럴 때를 대비해 노사가 보험료를 냈던 것 아니냐"며 "고용보험료율 인상까지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도 정부가 마치 쌈짓돈 꺼내 쓰듯 인색하게 주고 있다"고 말했다.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은 "1인당 신규채용 지원비용을 20만원 인상하는 게 유인책이 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노동계 실망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재정이 투입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또 다른 시각이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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