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 작업자 제공

진해-거제 주배관 1공구 건설공사 현장에 투입됐다가 1급 발암물질인 비소에 중독된 두 명의 용접노동자가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본지 2018년 1월4일자 2면 '진해-거제 해저 가스관공사 투입된 용접공들 비소 중독' 참조> 재해자들과 같은 기간 일했던 용접공과 토목공이 100여명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비소중독 의심 노동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역학조사 과정에서 현장 노동자들은 물론 관리직 중에서도 체내 비소 노출농도가 정상치를 웃돈 직원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관리직도 비소 노출 … "업무연관성 있다"

23일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공단 창원지사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 결과 신청 상병과 업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지난 21일 설아무개(62)씨와 김아무개(47)씨의 산재 신청을 승인했다. 한국가스공사 발주로 2013년 시작된 진해-거제 주배관 1공구 건설공사는 해저구간 7.8킬로미터, 지하 100미터에 이르는 국내 최장·최고 심도의 공사다. 원청은 현대건설이다.

설씨와 김씨는 현대건설 하청업체인 우림ENG 소속으로, 지난해 9월10일부터 11월10일까지 진해쪽 수직구(89미터) 4.7킬로미터 지점부터 거제쪽 수직구(94미터) 3.5킬로미터 지점까지 LNG 파이프를 용접해 연결하는 작업을 했다. 공기를 맞추기 위해 두 달간 주야 맞교대로 일했다. 일을 시작한 지 20여일이 지난 뒤부터 원인 모를 두통과 어지럼증, 손발 저림 증세가 나타났다. 설씨와 김씨는 퇴사 직후인 지난해 11월16일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설씨와 김씨 소변에서 각각 730.14㎍/L, 603.23㎍/L의 비소가 검출됐다. 정상 노출기준(220㎍/L)의 세 배 안팎이다. 설씨와 김씨는 올해 1월 근로복지공단 창원지사에 산재 승인을 신청했고, 공단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역학조사를 의뢰했다.

공단 관계자는 "역학조사 당시에는 공사가 마무리된 상태였기 때문에 (원청에서 작성한) 작업공정 관련 자료를 검토한 결과 노출 수준이 높지는 않지만 비소 노출이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원청이 진행한 노동자 건강검진 결과에서도 체내 비소농도가 정상치를 상회하는 노동자들이 있었고, 그중에는 관리직도 있었다"며 "현장직이 아닌 관리직도 비소노출이 있었던 것을 감안해 질병판정위가 사업장에서의 업무적 요인에 의한 노출을 인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공단은 이렇게 건강검진 결과상 비소농도가 정상치보다 높은 노동자들이 몇 명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비소중독 증세 보인 노동자 또 있었다

비소에 중독된 노동자들이 설씨와 김씨 외에 추가로 더 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설씨와 김씨보다 먼저 증세를 호소했던 토목공이 있었다. 같은 작업장에서 일했던 토목공 A씨는 설씨에게 "일한 지 한 달 만에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그 병원에서 '몸속에 중금속이 많으니 큰 병원에 가서 검사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A씨는 여력이 안 돼 정밀검사를 받지 못했고, 곧 현장을 떠났다. 설씨와 김씨와 같은 기간 일했던 용접공은 25명, 토목공은 80여명이다. 현장 노동자들이 일용직 하청노동자들이었던 만큼 몸이 아팠더라도 회사에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설씨와 김씨를 상담했던 송한수 조선대 교수(직업환경의학)는 "하청 비정규직들은 웬만큼 아프지 않으면 고용상 문제 때문에 회사에 얘기를 안 하는 경우가 많다"며 "해저터널에서 일했던 노동자들도 증상이 있어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현장을 떠났거나 비소중독인지도 모르고 넘어갔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현장에 남아 있던 노동자 19명에 대해 임시건강진단을 진행했고, 현장을 떠난 퇴직자들을 수소문해 18명은 건강영향조사를 했다"며 "별다른 이상이 있다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비소 반감기가 짧아 몇 개월이 지난 상태에서는 비소가 검출되지 않을 확률이 더 높고, 무증세인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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