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촛불정권이 들어섰을 때 한껏 들떴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고 승무원은 원청이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으니까요. 그런데 저희는 여전히 길바닥에 있습니다. 하루하루 피가 마릅니다. 언제쯤 현장에서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승무원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김승하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장의 하소연이다. KTX 승무원들이 24일 서울역 앞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천막농성은 2008년 이후 10년 만이다.

2006년 3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다 해고된 승무원들의 복직투쟁은 13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날로 4천468일이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 취임 뒤 상황이 바뀔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시간이 지날수록 절망감으로 바뀌고 있다. 정권을 잡은 정치인들은 승무원 복직과 직접고용을 잇따라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해고승무원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했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승무원들을 만나 해결을 공언했다. 올해 2월에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출신인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취임했다. 그런데 최근 코레일 간접고용 노동자의 직접고용을 논의하는 노·사·전문가 협의기구에서는 ‘승무업무’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해고승무원들이 무기한 농성을 시작한 이유다.

KTX 해고승무원들과 KTX 해고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역(서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도, 코레일도 해고승무원 복직을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아 해고 기간만 길어지고 있다”며 “마냥 기다리기만 할 수 없어 10년 만에 천막농성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저녁 서울역 15번 출구 인근에 천막 두 동을 쳤다.

노동자들은 매일 아침과 저녁 1인 시위를 하고 점심에는 108배를 할 계획이다. 종교계와 함께 오체투지·기도회 같은 종교행사를 한다. 해고승무원들은 낮 시간조와 숙박조로 나눠 교대로 농성장을 지킨다. 지부는 “해고승무원들도 대부분 자녀를 가진 엄마가 돼 농성이나 투쟁을 하기 어려운 상태지만 서울역에서 대통령께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농성은 복직 계획을 밝힐 때까지 무기한으로 진행한다.

김승하 지부장은 “승무업무가 안전업무임은 모두가 인정하지만 누구 하나 직접 나서서 해결해 주는 사람이 없다”며 “결국 문재인 대통령과 오영식 사장이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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