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니스트 겸 작가 김경의

세상에는 TV나 인터넷에 나온 이른바 ‘맛집’으로 소개된 식당을 다른 곳보다 더 신뢰하는 부류가 있고 신뢰는커녕 오히려 더 의심하고 기피하는 부류가 있는데 나는 얼마 전부터 슬금슬금 후자쪽으로 기울더니 점점 ‘맛집 회의론자’가 돼 가는 중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까지 TV에 나왔던 식당에 가서 진정 맛있게 먹은 기억이 거의 없고 그것이 한바탕 ‘쇼’라는 사실을 알기에 사실상 그다지 기대가 없다. 한편 네이버로 대표되는 인터넷 맛집은 어떤가? 그래도 TV보다 믿는 구석이 있었다. 그런데 인터넷 검색 후 나름대로 심사숙고한 끝에 찾아간 식당인데 얼마나 황망한 배신감이 들던지 당장이라도 그 경험담을 쓰고 싶었다.

“네이버 검색창에 ‘순천만 꼬막정식’이라고 입력하면 나오는 가장 유명한 집 중 한 곳을 갔는데 얼마나 별로였는지 순천이라는 도시 자체가 싫어질 정도였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말에 딱 맞는 식당. 심지어 신선도에 문제가 있는지 아예 냄새를 제거한 듯한 꼬막은 얼마나 핏기 없이 창백하던지…. (그런 식이라면 인터넷에 ‘순천 여행’ 치면 가장 먼저 나오는 ‘국가정원’도 ‘갈대밭’도 다 실망스러울 것 같아서 일정보다 서둘러 순천을 떠나 강진으로 가고 말았다.)”

정말이지 그러한 살아 있는 경험의 문장들이 마음속에서 저절로 솟아올랐다. 무엇보다 남의 말을 잘 믿는 선량하고 순진한 사람들이 나처럼 속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진실한 리뷰를 네이버에 남기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으니까.

어라? 그런데 이게 뭐지? 왜 이러지? 안타깝게도 네이버에 리뷰를 남길 수가 없었다. 순위까지 달아서 그 식당을 소개하는 페이지에 일반 사용자는 리뷰나 댓글을 달 수 없었다. 아예 그런 경로를 원천봉쇄한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조선비즈에 따르면 네이버의 연간 광고 매출액은 3조원에 육박하는데 그중 검색 광고로는 연간 2조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한다. 네이버의 지난해 총 매출이 4조7천억원이니 절반 이상이 국내 광고에서 나오는 셈.

그러고 보니 부업으로 시골에서 민박업을 하는 나에게도 ‘네이버에 검색광고 해 주겠다’는 유혹의 전화가 한때 쇄도했다. “네이버에 평창 여행, 혹은 평창 숙박이라고 치면 3위 안에 뜨게 해 드릴 수 있어요.” 물론 카카오다음 관계자에게도 전화는 왔다. 하지만 다 거절했다. 그 광고비가 어마어마하기도 했지만 마음속에 ‘진짜가 알아보는 진짜’가 되겠다는 야심과 자신감이 있었기에 그따위 ‘가짜 광고’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모두 귀찮은 파리 내치듯 손사래를 쳐서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서울 마포의 한 파스타 전문점 사장에 따르면 네이버에 ‘홍대 파스타’를 검색화면 최상단에 노출되도록 집중관리해 주는 대가로 대행사가 부른 비용이 20일에 1천만원이었다고 한다. “세상에 날강도들이 따로 없군!” 그렇게 생각했다. 네이버 관계자 말마따나 ‘검색광고를 하는 사람 중 80%가 한 달간 50만원 이하 광고비를 지불하는 소상공인’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생각해 보라. 밤낮없이 일해도 할 달에 200만원도 못 번다는 소상공인이 수두룩한데 네이버 검색 광고비가 한 달에 50만원이라니…. 그 돈이면 싱싱한 식재료를 구입하는 데 조금 더 투자할 수 있고, 아르바이트생을 한 명 더 고용해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을뿐더러 소상공인 자신을 위한 삶의 질도 조금 더 높일 수 있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이후 네이버에 대한 불신도가 더욱더 높아졌다. 이제 나 같은 사람은 더 이상 네이버에 속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다이닝코드나 구글을 이용하는가 하면 일부러 네이버 검색광고나 블로그 광고를 하지 않는 업체를 찾기 위해 검색 순위 맨 마지막 페이지부터 클릭하게 됐다. 현인 가라사대, 뿌린 대로 거두리라 하셨다. 그게 진리다.

칼럼니스트 겸 작가 (@kimkyung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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