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산별연맹 대표자들이 28일 한국노총회관에서 회원조합대표자회의를 마친 뒤 최저임금법 개악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믿고 지지했던 노동자의 등에 비수를 꽂고 노골적으로 사용자 편을 들고 있다. 이번 개악안은 명백히 노동존중 사회 실현이라는 대선공약 파기이며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폐기다.”

한국노총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 폐기를 위해 총력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매달 지급하는 정기상여금과 식비·숙박비·교통비 같은 복리후생수당을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 사퇴와 정부·여당에 대한 정치방침 철회, 정책연대협약 파기는 물론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비롯한 사회적 대화기구 전반에 대한 불참을 검토한다.

취업규칙 임의변경 위헌법률심판제청

한국노총이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법 개악안 즉각 폐기”를 요구했다. 김주영 위원장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공식 회의를 통해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 참여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며 “아직 한국노총은 경제사회노동위 참여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최저임금제도가 무력화된 마당에 최저임금위 참여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한국노총 출신 위원 전원은 최저임금위원에서 사퇴하고 최저임금위 모든 회의에 불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여당의 후속조치 여부에 따라 일자리위 등 각종 노정교섭과 사회적 대화기구 전반에 대한 불참으로 범위를 넓혀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노총은 위헌법률심판제청도 추진한다. 김 위원장은 “최저임금법 개악안이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보장하는 헌법정신을 훼손하지는 않았는지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받을 것”이라며 “취업규칙을 (사측이) 일방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한 부분에 대해 위헌심판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회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사용자가 1개월을 초과해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을 매달 쪼개 지급하도록 취업규칙을 개정하는 것은 불이익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표자회의, 투쟁 수위 놓고 갑론을박

한국노총은 이날 기자회견 직전 긴급대표자회의를 열고 ‘최저임금제도 개악에 대한 입장과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26개 산별대표자들은 “최저임금법 개악은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며 “표결처리 강행은 오랜 관행으로 정착된 합의제 의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국회와 정부를 향해 날선 비판을 보냈다.

이날 대표자회의는 예정된 시간을 1시간 넘기며 열띤 분위기 속에 이어졌다. 일부 산별대표자는 “국회 통과를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남는 것은 대통령 거부권밖에 없다”며 “대통령 면담을 통해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고 청와대 앞 노숙농성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표자회의에 참석한 한 산별대표자는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북미정상회담까지 굵직굵직한 국내·외 일정이 잡혀 있는 상황에서 노숙농성이 자칫 운신의 폭을 좁힐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며 “정부·여당 지지선언 철회와 정책연대협약 파기는 향후 정부 대책과 현장 논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 참석한 대표자들은 개정안 폐기 투쟁은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산별대표자들은 정기상여금은 물론 복리후생비까지 산입범위에 들어간 데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가능하게 한 개악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며 “개악안 폐기가 안 된다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정부·여당에 요구하고, 그에 맞춰 대응 수위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29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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